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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May 10. 2021

제가 던진 돌이 물결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어떤 이들에게는 안부를 묻는 말 자체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이 뭐가 문제냐?”라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세 가지 의미에서 아픔을 줍니다. 첫째, 아픔을 떠오르게 합니다. 별일이 있는 사람에게 다시 잊고 싶은 기억을 곱씹게 합니다. 안 그래도 자꾸 떠오르는 데 저마저 상기시키는 일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아픔을 털어놓을지 고민하게 합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먼저, 그가 친한 사람인지 따져야 합니다. 친하지 않다면 적당히 사회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을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아픔은 다시 삼켜야 합니다. 친한 사람이어도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마구 털어놓았다가는 습관적인 응원이나 핀잔, 현실적이지 않은 미봉책만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답답해지는 순간일 겁니다. 소통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흔들어놓은 마음의 물결은 오래갑니다. 안부를 묻는 사람은 휙 지나가면 잊지만, 마음이 무거운 나는 잔잔해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퐁당 하고 던진 돌의 위력을 온전히 느낍니다. 아픔은 온전히 저의 몫입니다.









작년에 결혼계획이 있던 후배가 있습니다. 예비신랑의 답답한 모습, 예비 시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에 후배는 굉장히 힘들어했었죠. 그럼에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그녀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잘 나온 스튜디오 사진을 보며 결혼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심각해지면서 결혼이 계속 미뤄졌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문득 후배가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 저는 카카오톡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상태 창이 모두 비워져 있었습니다. 소식을 다른 곳에서 전해 들을 수 없기에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로 물었다면 후배에게 괜한 상처만 주었겠죠. 그저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해야겠습니다. 스승의 날에 커피 쿠폰이라도 보낼 생각입니다. 다른 각도로 격려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던진 돌이 물결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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