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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May 19. 2024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참가후기

가족도전성공기

24년 3월 22일 아들과 같은 반 엄마에게 5월에 열리는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에 같이 참석하자는 카톡을 보냈다. 그전에 반대표가 단체톡에 마라톤정보를 올렸고, 보는 순간 이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만 간다고 하면 남편이하 아무도 호응을 안 해 줄 게 뻔했다. 



내 말을 제일 잘 듣고, 남편의 가장 약한 고리인 아들을 공략해서, 아들과 제일 친한 엄마에게 톡을 했다. 친구엄마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고, 그렇게 우리 가족 첫 마라톤출전이라는 나의 계획은 천천히 은밀하게 진행됐다.


먼저 아들에게 **이와 @@이가 같이 간다고 했더니 오케이를 외쳤다. 반은 성공했다. 이제 남편에게 반강제적으로 입금을 요구했다. 이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하며, 일인당 삼만 원씩 15만 원을 **의 엄마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다. 남편이 살짝 반항을 했지만, 아들이 옆에서 꼭 가고 싶다고 하는 말에 넘어가 농협 콕 창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런데이어플을 깔았다. 지독한 감기 때문에 3월을 거의 누워서 지냈다. 체력을 올려야 했다. 저녁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가서 걷다 뛰기를 반복했다. 중2인 큰 딸이 입을 내밀며 싫다고 했지만, 독재자처럼 가차 없이 끌고 다녔다. 


시간은 흘렀고, 주최 측에서 준비물을 보내왔다. 참가티셔츠와 가슴에 붙일 칩, 비닐봉지였다. 우리는 5키로 걷기를 신청했는데,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24년 5월 19일 5시에 남편과 내가 먼저 일어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6시가 됐고, 아이들이 일어나 옷을 입고, 6시 20분에 출발했다. 평소엔 4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마라톤 가는 차들이 많아서 한 시간 걸렸다. 7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주차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종합경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했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 왜 하냐고 징징대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사회자의 흥겨운 진행에 기분이 업된 것 같았다.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출발 전에 사진 찍고, 안내부스를 돌아다니며, 물도 얻고, 한일소주부스에서 인스타팔로우해서 한일소주라고 적힌 양말도 얻었다.      



8시 30분에 하프코스 선수들이 출발했다. 정말 빠르게 뛰어나갔다. 선수들이 뛰는 것만 봐도 덩달아 신났다. 7분 있다 10킬로 선수들이 달렸다. 오영훈도지사도 뛰었다. 아들이 도지사님이 뛸 수 있을까. 걱정하던데, 완주하셨는지 궁금하다. 막둥이가 10킬로 선수들이 2,500명이라고 사회자가 말했다며 알려주었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10분 있다 5킬로 신청자들이 출발선에 섰다. 하프랑 10킬로 출발 때는 종이폭죽을 터뜨려주더니 5킬로는 그냥 준비 시작이었다. 살짝 섭섭했다. 그래도 열심히 걸으며 앞으로 나갔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해 주는 진행요원들이 신나게 손을 흔들어줬다. 덩달아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며 앞으로 나갔다.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날씨가 기가 막혔다. 더울 줄 알았는데, 바람이 시원했다. 파란 하늘과 잔잔한 김녕바다를 보며 걷는데 왜 마라톤축제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대회가 아니라 즐기는 시간이었다. 물론 달리는 마라토너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아들은 친구들과 같이 걷고, 나는 큰 딸과 막둥이는 아빠와 짝을 이뤄서 걸었다. 승부욕 높은 막둥이가 우리 가족 중에서 일등 하겠다며, 결승선을 앞두고 뛰기 시작했다. 막둥이가 1등 했다.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기록증과 기념품을 야무지게 챙겼다. 5킬로걷기로는 땀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다음에는 10킬로 하자고 했더니 기겁하는 아이들. 그래 천천히 올리자.

 기록증을 받으니 뭔가 인정받았다는 느낌? 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갈 때는 빈손이었는데, 올 때 이렇게 한가득 안고 왔다. 뿌듯했다. 기념품이 톤업쿠션이었다. 중2딸이 제일 좋아했다. 올여름 내내 바를 게 생겼다. 오후 2시까지 15,000걸음을 걸었다. 목욕탕에 갔다 와서, 잠깐만 쉬어야지. 했는데 한 시간 동안 세상모르게 잤다.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우리 가족 첫 마라톤 출전기는 이렇게 성공으로 끝났다. 지쳐서 누워 있는 남편 옆에 앉아 봄, 가을 두 번씩만 참가하자고 했다. 눈치 빠른 중2딸이 나를 한번 보더니 좋아요라고 외쳤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 이틀 동안 마라톤에 대한 악몽을 꿨다. 남편도 주차걱정부터 시작해서 잠을 설치는 것 같았다. 괜히 신청해서 일을 만들었나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면 하게 돼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데이터가 쌓이고, 우리만의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스토리가 되고, 추억이 된다. 시작은 매우 충동적이었지만, 중간에 하지 말까 고민도 했지만 끝까지 해낸 나를 칭찬한다. 투덜거리는 4명을 이끌고 묵묵히 앞으로 나간 내가 대단하다. 내가 아니었으면 종일 게임하고, 티브이나 봤을 것이다. 잘했어. 레마누. 계속 그렇게 밀고 나가는거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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