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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안녕이 궁금합니다

by 레마누

늦은 오후, 친구가 톡을 보냈다.

-우리 동네에 뻠뿌가 살았어?

순간, 당황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자 웃음이 나왔다

-<당신의 안녕> 읽고 있어?

-어, 그런데 뻠뿌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난다. 어느 동네 살안?

-그냥 내가 만든 사람이야.

-그치? 네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다 내가 아는 얘기같아서, 그런데 또 하나도 모르겠단 말야.

-백이면 하나만 진짜야.

-그렇구나.


단편소설집 <당신의 안녕>을 출간하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제일 먼저 하는 말은 '너를 알기에 짠했다'라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드러난 나의 삶을 소설과 연결시켜서 읽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설 속의 나는 현실의 나와 얼마만큼 같은가? 다른가? 소설 속의 나는 나일까? 내가 아닐까? 어느 소설가는 자전적인 소설을 쓴 적이 없다는 말을 했다. 그것은 최후의 보류같은 거라면 자전적 소설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나에게 글이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사람을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을 분석한다.

사람들의 말을 통해 마음을 헤아린다. 사건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들여다본다.


누군가 내 소설을 읽고 슬픔을 느꼈다면 <당신의 소설>은 슬픈 소설일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아는 말과 장소와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다면 <당신의 안녕>은 내 이야기처럼 읽힐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공감할 만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것이니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51113_151307472.jpg 당신의 안녕


<당신의 안녕> 속의 사람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할 말을 하고 사는 사람들은 그게 답답하다고 한다.

왜 말을 못하냐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들은 나를 소설로 놓고 나에게 질문한다.


할 말이 없다. 상황을 그려 넣고 보니 그들은 말을 못 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가슴을 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멋지지도 그럴듯하지도 않은 사람들.

늘 당하면서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는 사람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사는 마당에 깔린 자갈 같은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좋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 멋지고 화려한 사람들에게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긴다. 값비싼 보석을 휘감은 사람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을 사랑한다. 그들이 있어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안타깝다.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힘들게 살다 죽는 게 싫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 변화를 꿈꾼다. <당신의 안녕>은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조금씩 만들어낸 결과이다. 따라서 현재의 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가 필요했다.


다음번에 쓸 소설은 과거에서 벗어나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자꾸 발을 땅으로 끌어내린다. 출간하고 나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으니 이제는 기다릴 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멍하니 앉아 있지는 않는다. 매일의 힘을 알게 된 지금 나는 과거를 더듬고 현재를 다지며 미래를 꿈꾼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운다. <당신의 안녕>은 이제 내 손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또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다. 이런 내가 제법 괜찮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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