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치과에 갔다 왔다. 막둥이 아랫니 두 개가 흔들려서 뽑고 왔다.평일에는 은근히 바쁜 초등학생들.. 뭐든 주말로 미뤘다가 한꺼번에 하게 된다.그래서 주말도 여전히 바쁘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뽑느라 치과를 자주 갈 때가 있다. 어느 시점에 한꺼번에 일어나는 일들. 하루는 아들 이가 많이 흔들려서 정말이지 손으로 쏙 뽑으면 될 거 같아서 뽑자고 했더니 아들이 의심이 가득 찬 눈초리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치과보다 엄마를 더 못 믿다니...
엄마 어릴 적에는 다 집에서 뺐다고 하면서 가지런하고 이쁜 이를 보여주는데 그건 엄마 때고... 지금은 지금입니다. 하며 도망을 간다.
나는 세 자매 중 큰 딸이다. 우리 엄마는 세 살 터울의 딸을 세 번 낳았고 깊은 절망에 빠졌던 거 같다. 오랫동안 노력해서 끝내 나와 17살 차이나는 늦둥이 아들을 얻은 걸 보면..
아빠는 이가 흔들리면 우리를 앉혀 놓고 이를 뽑아 주었다 상황은 똑같았지만 세 자매는 각자의 방식대로 대처했다.
나는 고지식하고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첫째다. 아빠가 기다려.. 하면 아무리 이가 흔들려서 답답해도 기다렸다. 아빠는 적당한 시기에 이를 뽑아 주셨고,내 이는 교정을 한 것처럼 가지런하다.
둘째는 고집이 세고 겁이 많다. 아픈 걸 잘 참는다. 그래서 이가 흔들려도 참았다. 말을 안 하면 아빠는 이 가 흔들리는지 어떤지 모른다. 유치 안으로 영구치가 밀고 들어왔다. 한참 있다 둘째의 이를 본 아빠는 쯧쯧하며 혀를 차셨다 둘째는 덧니가 많다
셋째는 성격이 급하고 겁이 없다. 뭐든 제멋대로 하는 걸 좋아하고 언니들 말도 아빠말도 죽어라 듣지 않는다. 그래서?
이가 흔들리는 꼴을 못 봤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이가 조금만 흔들려도 자기 힘으로 더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혼자 이를 뽑고는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가족들 앞에서 으스댔다. 셋째는 이가 들쑥날쑥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우리 셋은 사는 모습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래서 만나면 자주 싸운다. 그런데 안 보면 또 보고 싶다. 싸우다가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똘똘 뭉쳐서 우리 동생 건드리지 마.
우리 언니 욕하지 마..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비난할 수는 있지만 남이 비난하는 것은 죽어도 못 참는다. 우리는 가족이고 자매이다.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작은 슬레이트집. 셋이 나란히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말만 한 딸 셋의 엉덩이를 때리며 그만 일어나라고 했던 어느 날이 사무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