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람들과의 대화중 인수인계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 인수인계라는게 꼭 한 번은 거치지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에 대한 대화였다. 얼마 전 관련 사건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나간 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고 있던 중 이전 시스템에 업그레이드를 기획하다가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에게 핀잔을 받았다. 이전의 노하우가 하나도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수인계를 하면 자주 하는 근시안적 일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또 필요한 것은 해당 시스템에 대한 내역, 정책, 철학 등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도 다수 존재한다. 사실 근시안적으로 해야 할 것은 금세 익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실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물어볼 곳도 많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알려주지 않으면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물어볼 곳도 없고 존재 여부도 모르니 개선하는 방향도 이전 문제점을 답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관련자가 모두 퇴사하게 되면 관련 노하우는 완전히 리셋되어 버린다.
몇 년 사이에 담당자가 5번 이상 바뀐 곳이 있는데 거기는 매번 같은 시스템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그걸 매번 지적해주는 건 웃기게도 같은 팀의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담당해주는, 흔히 IT 직원이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엄연히 말하면 인수인계가 안된 것이다. 그런 것이 비일비재하다.
인수인계의 기본은 기록이다. 기록을 한 번에 하려고 하면, 게다가 나가려는 사람에게 이것 좀 써주세요 라고 하면 이미 마음이 뜬 그 사람은 그것을 정성껏 써줄 리 만무하다. 그런 것보단 프로젝트 마무리마다 기록하도록 두는 것이 더 유용하다. 마침 생생한 경험을 막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꺼내기도 쉽고, 쓰는 사람도 정리하면서 상기할 수 있기에 좋다.
일부러라도 기록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챙기는 게 좋다. 대부분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미리 주거나 밀려있는데 이런시간을 억지로라도 주지 않으면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져서라도 공유하고 문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참 뒤에 몰아서 쓰게 되고 반드시 누락되는 것이 생긴다. 노하우를 생생하게 담는게 아니라 교과서마냥 쓰게 된다.
한 번에 하려면 반드시 탈이 난다. 통로가 좁은데 여러 자동차가 한 번에 몰아닥치면 사고가 나거나 정체되는 것처럼, 일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 좋고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은 중요시하면서도 마지막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시작은 좋게 평가하면서 이미 잘 돌기 시작하면 관심을 끄는 관리자의 태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하는 기록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알아채는 건 금방이다. 그리고 그게 소중하다고 느낄땐 대부분 이미 늦었다. 그러니 기록하는 문화,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하자. 그게 모두를 위해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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