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서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다. 문제는 이 점검표가 가시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직관적으로 하게 된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을 올린다. 때문에 점검표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점검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대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만들어두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내 경우 말로 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온 행동, 흔적, 경력을 주로 보는 편이다. 어떤 사람이 면접에서 자신은 기술을 좋아하고 공부한다고 노력한다 했을 때, 그럼 그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느 프로젝트나 기술 블로그, 혹은 커뮤니티 활동 흔적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다.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행동 기반으로 살펴봄으로써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큰 틀을 잡고나서 세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것을 따로 학습 & 경험하는게 좋다.
누군가 이것을 보면 이것이 굉장히 딱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잘못 선택했을 때 오는 리스크와 문제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없으면 그 자리가 채워질 때까지 공석으로 만들어 둠으로써 상시 체크해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든 채워 넣으면 다음부터 성과가 나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게 된다. 물론 좋은 성과가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아무 대체할 것을 두고 잘 돌아가길 바라는 것은 쓸모없다는 것을 배웠다.
일전에 본 <초격차>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이런 문구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먼저 조직도를 그린 다음 적임자를 찾는 것입니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최적의 조직을 셋업(set-up)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들은 인사팀에서 준 조직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결정합니다. 즉 이미 그려져 있는 조직도의 빈칸에 어떤 사람을 쓸지만 고민할 뿐, 조직도 자체를 새로 그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우승이 목표냐, 예선 통과가 목표냐?’에 따라 팀 구성이 달라지는데 국가대표팀 축구감독이 팀을 직접 구성하지 않고 축구협회에서 정한 대로 따라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초격차> 중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을 조직도에 넣는 개념이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화된 조직도를 구성한 다음 인재를 배치한다는 말이다. 즉 사람이 남아서, 사람이 부족해서, 혹은 어떤 사람을 인위적으로 키우기 위해 배치하기보다는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배치한다는 교훈이다. 그럼 이러한 기준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역시 기준점을 엄격히 가지고 그것을 통과하는 사람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모든 상황에 대입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삼성에는 뛰어난 인재도 많고 혹 구인하게 될 때도 좋은 사람이 대거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 스타트업은 사람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당장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한 사람을 배치하거나 외주로 돌린 후 적합한 사람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게 임시직인지 아니면 정말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인지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겠다면 일을 벌이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수습하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방금 사례에서 말한 스타트업 상황이 그렇다. 외주를 맡기거나 부적임자에게 임시로 맡긴다는 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지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아니다. 임시방편으로 해놓고 문제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해 넘어가다가 된통 당하는 것을 몇 번 목격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문제 원인을 파악해보면 수많은 원인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중에 진짜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은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이미 발견된 문제보다 이미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부분, 이미 해결되었다고 방심한 부분에서 온다. 때문에 이런 것들을 얼마나 견고하게 쌓고 올라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핵심 요소라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선택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점이 변하는 상황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매번 업데이트,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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