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 이제 우리는 검색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 해결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학습하는 속도도 비약적으로 향상하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도서관 등 찾아가서 많은 책들을 뒤져보거나 지인을 만나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게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검색,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빠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겉으로 보이는 문제, 비교적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들은 인터넷에 해결방법이 얼마든지 널려있는데 반해, 조금만 깊게들어가면 검색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금방 느끼게 된다. 어떻게 잘 찾아보면 비슷한 걸 발견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또 있다. 이것을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인스턴스식 문제풀이에 능할수록 응용력이 떨어져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칠랜드는 더 어린 학생들이 연결하는 문제를 집에 숙제로 가져가면 부모들이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어디 보자, 음, 더 빠르고 더 쉬운 방법을 가르쳐 줄게.」 교사가 그 문제를 절차 활용 연습 문제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부모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끙끙거리고 있으면 편치 않기에,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학습이 지속성을 띠고(즉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고) 융통성을 가지려면(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려면), 〈빠르고 쉽게〉 배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예전에 회사에서 코딩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흥미, 그리고 시간적 여건을 고려해 최대한 압축해서 만들어 전달한 적이 있었다. 하다가 잘 안 되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핵심적인 부분만 짚고 넘어갔는데, 3개월 정도 지난 후 학습 수준을 검토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의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때 속성별로 빠르게 가르치는 게 생각보다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같이 일하는 후임이 있는데, 문제가 생길 때는 학습하고 고민하는 듯 보였지만 대부분 끝에는 인터넷에 있는 해결책을 가져와 적용, 마무리했다. 언뜻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 코드가 왜 쓰였는지, 더 나은 방법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것이 다른문제점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찾고 학습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결과만 보면 결국 부족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러지 않나 반성하곤 했다.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학습한 것을 다양하게 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학습을 인스턴스식으로, 빠르게 해내기만 하면 머리가 굉장히 뛰어나지 않은 한 활용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수학문제를 답안지만 보고 푸는 것과 같다. 아무리 효율적으로 잘 배웠어도 내 것으로 체화하는 연습, 시간을 할당하지 않으면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이런 지식을 제대로 학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물론 빠르게 배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학습한 것을 얼마나 잘 응용해서 써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알고있기만 한 것은 의미없다. 활용을 해야 진짜 지식이다. 써먹지 못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며, 머릿속에서 잊힌다.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학습했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더 멀리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도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제대로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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