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tto:pal bok>
내 이름은 김팔복이다. 왜 팔복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어릴 적부터 아빠랑 엄마랑 말이 다르다. 아빠는 복이 많으라고 팔복이라 하고, 엄마는 집에 어른이 8명이니 여덟 명의 복을 다 가지라고 할아버지가 지었다고 알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에서 어떤 친구를 만날지 기대가 된다. 중학교 때는 까무잡잡하다고 챠클릿이라고 해서 싫었다. 초콜릿이면 초콜릿이지 챠클릿은 뭔지. 좀 있어 보여서 확 나쁘진 않은데, 얼굴색으로 놀리는 게 싫었다. 중3 끝나고 복싱하는 삼촌 따라서 체육관을 계속 다니고 있다. 새 학교에서 놀림받지 않으려면 힘이 필요하다.
학교 체육관에 농구 골대가 있어서 자주 간다. 복싱부가 없어서 선택한 동아리다. 축구는 잘 뛰긴 하는데 공이 안 와서 재미가 없고, 농구가 계속 뛰고 점프하고 던지니 체력 소모가 상당해서 맘에 든다. 아참 거기서 자꾸 날 훔쳐보는 애가 있다. 폰을 보는지 내 쪽을 보는지 좀 헷갈리는데.. 설마 날 진짜 보는 건 아니겠지?
여우비가 내리는 날이다. 목이 말라 수돗가로 물 먹으러 가는 데 다른 물 마시는 애 뒷모습이 딱 폰만 보던 애가 보였다. 물을 마시고 있었다. 가까이 간다고 생각하니 민망했다. 그래서 대충 마시고 교실로 갔다. 사람이 누군가 있으면 왠지 부끄럽기도 했고, 목이 너무 말라서 딴 데 가기는 멀었다. 이런 성격을 좀 바꿔야 한다. 물 많이 먹고 싶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2층 난간에 친구랑 얘기하러 나오는데 폰만 보던 애가 또! 혼자 폰을 보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고, 쫓기듯 일어나 도망갔다.
등굣길에 계단을 올라가는 데 2층에서 폰만 보던 애가 있었다. 폰을 보는 건지 나를 찍는 건지 애매하다. 내 주위에 자주 나타나 신경 쓰인다.
이름이 반희수. 폰만 보던 애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희수야. 희수야, 그거 아니야."
야자가 끝나고 혼자 복도 있는 희수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혼자 있어서 좀 무섭다고 해서 함께 가주었다. 멀리까진 못 가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폰 자주 보는 거 같아서 뭐 보냐고 물어봤다. 최애 아이돌 연습 영상을 본다고 했다. 뉴땡스..였나? 잠깐 들려주었는데 흥이 나는 느낌인데, 뽕짝 느낌도 살짝 있었고, 노래는 그저 그랬다. 처음 보는 아이돌이었다. 사실 아이돌하면 핑클 효리만큼 이쁘면 된다. 그럼 뭐든 다 잘 되고 애니콜도 찍고 돈 많이 번다.
세상이 내 이름만큼 참 애매하다. 정확한 듯 정확하지 않고, 맞는 듯 틀린 것도 많다. 최근에 본 <트루먼 쇼> 영화도 세상 일이 긴가 민가 하는 거 보면 세상 일이 참 알 수 없다.
<ditto:김팔복> 끝.
*<NewJeans(뉴진스) 'Ditto' Official MV (side A), (side B)>를 보고 쓴 창작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