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힘을 다해 버리고
죽을힘을 다해 살려야 한다.
미국에서 맛보는 음식이 오죽 맛있을까. 꼭 먹어봐야 할 햄버거집과 피자 스테이크를 투어처럼 찍곤 했다. 다행히 한국인 몸뚱이를 갖고 있는지라 김치와 밥을 머지않아 금방 찾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주말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미국 식당과 한인타운 맛집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 장수만큼 내 살 그람수도 늘어난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예전 몸으로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바지가 타이트해졌다.
어른인 나야 어찌어찌 다이어트를 한다 치지만 , 한창 성장기인 아이가 걱정이다. 미국 학교 점심은 한식이 아닌 핫도그 샐러드 과일 쿠키 등 부실한 점심 급식이다. (내 눈에 부실하다는 거지, 절대 영양학적으로 부실하다는 표현이 아님 )
미국에서 지낼 아이의 식습관 예상 시나리오
1. 등교시간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
2. 1번으로 빠른 식사 시간과 가공 식품 소비
3. 학생에게 밤 산책이 자유롭지 못한 미국이다. 신체 활동 감소와 운동 부족 현상.
4. 3번으로 인해 평일 집안에서 TV시청, 컴퓨터 사용 시간 증가
5. 수업이 끝난 후 굶주린 배를 채우러 아이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친구와 달려갈 수도 있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햄버거와 몇 번이고 리필 가능한 탄산음료.
아무리 생각해도 살이 찔 것 같다. 단순 미적 관점으로 걱정하는 게 아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자존감 저하는 물론이고 우울증도 동반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완벽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지 않은가.
원체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유머러스한 아이라 미국 생활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그러나 걱정 많은 엄마인지라 혹시나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에 대비해서, 식습관 변화와 체중 조절 기간을 갖기로 했다. 예상기간 총 3개월이었으나, 큰 어려움 없이 아이가 한 달 만에 4킬로가 빠져 버렸다.
채소 먹기
곤약먹기
필라테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이도 채소와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다. 샐러드, 샌드위치, 볶음 요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루 1회 이상 꼭 야채를 먹였다.
풀떼기를 먹는 건 어른인 나도 솔직히 맛없다. 드레싱 종류도 한정적이기만 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치즈가루와 게 맛살 토핑을 이용하니 질리지 않고 잘 먹는다.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서 곤약과 잡곡밥 (귀리, 현미, 콩 등)을 이용하여 밥을 한다. 특히나 곤약떡이 아주 별미다.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식감이며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다.
밥 없이 채소 계란 곤약만으로도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곤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복부팽만과 속 부글거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해서 주말에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여지 까짓 우리 가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처음 이 수업을 등록할 때 남편도 아이도 싫어했다. 여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라며 교실 입장할 때도 무지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아는 스트레칭 필라테스 운동이 아니다.
폼롤러와 밴드 등 소도구를 이용한 근력 필라테스다. 수업 내내 약한 나의 몸뚱이에 헛웃음이 나며, 땀을 뻘뻘 흘린다. 아무래도 근력 필라테스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효과 있는 운동 같다. 우습게 봤던 남편은 한 달 만에 허벅지가 아주 딴딴해지고, 아이는 살이 빠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