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콤달콤 May 11. 2024

우리집 VIP



YO, 들어봐

어떤 엄마 이야기를 해 줄게

YO, 놀라지 마

어쩌면 너네 엄마일 수도 있어



언제나 바빠

세상은 여유로운데

혼자만 조급하게 움직여

쓸고 닦고 빨고 널고 쓰고

보고 듣고 가고 주고 쓰고



요리를 해야 해

음~ 카레를 만들까

시간이 빠듯해

음~ 볶음밥 만들까

이런, 일정이 꼬이게 될 텐데



포장해 가자

밀키트 주문하자

빠르게 빠르게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

그리곤 시치미 뚝 떼는 거야



요리를 시작해

음~ 향긋한 음색 냄새 

준비된 조리법 따라 해

음~ 가족들 환장해

이런, 가족들에게 미안해

.

.

.


YO, 엄마야 

아무 걱정하지 마

YO, 엄마야 

수치를 느낄 필요 없어



엄마는 부엌의 여왕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어

밀키트면 어때

포장 음식이면 어때

이건 엄마가 만든 거야



엄마는 우리집 VIP

완벽함 따위는 필요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이라구

이건 엄마가 만든 거야



엄마는 가족의 접착제

밀키트면 어때

포장 음식이면 어때

엄마 요리는 우릴 매혹시켜

지금처럼 앞으로도



엄마야 

활짝 웃게 해 줄게

엄마 넌 멋진 엄마야

엄마 너는 너무 빛나 

엄마 길을 멋지게 걸어가라구



YO, 엄마야 

밀키트면 어때

YO, 엄마야 

포장 음식이면 어때



세상에서 젤 맛있는 사랑을 요리하라구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 집 VIP (by. 새콤이)


< 새콤이가 직접 찍은 사진 >


쌀이 똑 떨어진 날이었다. 쌀이 있었다 해도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배고프다며 보채는 아이와 10분 후 남편은 집에 도착한다. 하는 수 없이 비장의 무기인 밀키트를 꺼냈다.



"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 "


" 요리 실력이 대단한걸~ "


" 너무 맛있다. 엄마! "



과도한 칭찬은 양심을 찔리게 만든다. 결국 쓰레기통에 버린 껍질을 꺼내 이실직고하였다. 야릇한 미소를 짓는 두 남자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묘한 표정이다. 


하긴 차슈가 될 돼지고기를 샀다면, 분명 커다란 접시 한가득 내놓았을 텐데. 엄마 요리보다 맛있으니까 밀키트 요리를 미안해하지 말란다. 다구리일까? 배려인 걸까? 


응원을 한가득 받은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시와 에세이의 만남, 시쎄이!







이전 02화 아이유가 '이 노래' 부른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