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의 시행착오 거친 루틴 공개! (별거 없음)
대학교 내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브랜딩 프리랜서부터 음악도 하고, 뭐 만들어서 팔고 그랬다. 휴학과 군대 제외하고 11학기 만에 졸업을 앞두고서야 진로 고민을 하다, 쓱 찔러넣은 방송국 예능 조연출에 덜컥 합격했다. 한국 TV프로그램보다 미국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더 좋아했는데 운이 좋았다 (방송국 합격 썰은 다음 기회에)
예능 조연출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일을 시작했다. 2-3년 버티다 2016년 10월, 방송국을 퇴사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방송국 PD로서의 자각이나 자부심 또는 뽕이나 환상이 너무 없었다.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 사업에 더 관심이 생겨 방송국에서 있는 하루가 너무 아까웠다. 퇴사할 즈음 보니 68-70kg 정도 였던 몸무게는 거의 100kg에 육박했고, 주 100시간 일하며 생긴 과로와 스트레스 덕에 툭하면 위경련이 일어났다.
그 후 몇 년간 다시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해보아도, 살은 여전히 8X kg 였고 위는 자주 탈이 났다. 연례행사마냥 응급실 신세를 지다보니 건강과 노화에 관심이 생겼다. Andrew Huberman 의 팟캐스트나 Bryan Johnson 의 노화 방지 관련 콘텐츠, David Sinclair 의 저서 등을 통해 바이오해킹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라고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나는 절대로 의학이나 바이오 전문가가 아니다. 일찌감치 과학 공부를 접었던 문돌이에 그저 이런 류의 콘텐츠 소비를 좋아할 뿐이니 매우 비전문가이다.)
바이오해킹이 무엇일까? Oxford 사전 정의는 조금 무섭고 이상하다. "윤리적 기준을 무시하거나 범죄 목적 등으로 유전 물질을 실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the activity of exploiting genetic material experimentally without regard to accepted ethical standards, or for criminal purposes)" 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바이오해킹은 어떤 특정 프로젝트나 과학이 아니다. 개인의 건강, 신체의 기능 개선과 웰빙을 위한 여러 시도를 말한다. 웰빙에서 웰니스, 나아가 바이오해킹으로 조금씩 용어만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기존의 웰빙이나 웰니스가 조금 더 힐링에 가까운 여러 방식을 제안한다면 바이오해킹은 나름대로 신경과학, 뇌과학, 의학 연구 등에서 그 근거를 조금 더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순전히 내 생각, 내 느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비전문가이다).
요즘은 꽤 많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바이오해킹을 한다. 미국 쪽에선 최근에 Ashton Hall 이 여러모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8시 수면-4시 기상을 하고, 코로 더 원활히 호흡하기 위한 입을 막는 스티커(?)를 하거나 얼음물 세수, 운동, 심지어 바나나를 활용한 피부 관리 등의 루틴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가수 박진영과 박재범 등이 아침마다 올리브오일을 마신다거나 하는 말을 하며 많이 알려진 것 같다. 내가 처음 바이오해킹 류의 콘텐츠를 접하던 때는 이런 분들은 없었고 주로 학자나 바이오 스타트업 관련 내용이 많았다.
https://youtu.be/ec2NkaG9mnA?si=BHK0gBFWhjaaHVuS
가장 많이 참고한 건 앤드류 후버만과 브라이언 존슨이다. 앤드류 후버만 교수님은 스탠포드 대학교 신경과학 교수이자 유명 팟캐스터로 최근 논문에서 나오는 여러 연구를 토대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브라이언 존슨은 스타트업 성공 이후로 거둔 부를 노화 방지를 넘어서 역노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특히, 'We may be the first generation who won't die (우리 세대는 어쩌면 죽지 않는 첫 세대가 될 수있다)' 라는 태그라인을 주장하며 본인 몸을 실험체로 자기 자식의 혈장을 이식 받는 등의 활동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글을 적으며 깨달은 거지만 생각보다 참 다양한 걸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정 식단, 운동, 수면, 테라피, 영양제로 내 몸이나 정신 상태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획기적인 방법으로 더 건강하고 튼튼하고 기능적인 몸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훨씬 단단해지길 원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여러 루틴을 5년 넘게 하면서도 여전히 평범한 몸과 평범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그런게 있다 주장한다면 이는 책을 팔거나 영양제를 팔거나 콘텐츠를 팔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짧은 시간 안에 어떤 행위로 변화가 느껴진다면 그건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거나, 마약이거나, 위약 효과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몸과 정신에 좋지 않은 걸 안 하려는 노력이다. 또, 오랜 기간 여러 루틴을 거치며 무언가를 쌓는 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체감했다. 좋지 않은 것에서 조금씩 나를 멀리하려는 나름의 노력이 꽤 큰 성취감을 가져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한테 잘 맞는 걸 조금씩 더 하고,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것은 0.01%씩 줄인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더 나아지겠지!
나는 식단으로는 저탄고지, 방탄커피, 간헐적 단식과 지중해식 식단 등을 해봤다. 영양제 섭취로 레스베라트롤, NR, NAD+ 등 20종류 넘는 건강 보조제들을 먹기도 했고, 통 안에 들어가서 액체질소의 저온을 쐬는 크라이오테라피, 찬물 샤워 등을 했다. 운동도 여러가지 했는데 하다보니 재밌는 운동과 건강한 운동을 조금 분리하게 되긴 했다. 하나씩 소개하면 이렇다.
내가 처음 시도한 건 저탄고지와 방탄커피였다. (후버만 교수님이나 브라이언 존슨과는 무관하다)
일하면서 생긴 폭식과 야식 습관을 고쳐야 했고, 몸이 너무 무거워서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했다. 저탄고지는 밥 없이는 살아도 빵과 고기 없이는 못 사는 내게 생각보다 혹독했다. 두 달간 모든 탄수화물을 다 끊어냈고 거의 15kg을 뺐지만, 그 이후 탄수화물을 다시 먹기 시작하자 2-3주 만에 10kg이 다시 쪘다.
방탄커피는 아메리카노에 무가염 버터나 기버터, MCT 오일을 넣어 마시는 음료다. 다들 버터 넣는다고 하면 니글니글한 맛을 예상하지만, 오히려 부드럽고 구수하니(?) 맛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탄고지와 함께하면 몸에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케토시스 효과를 돕는다고 해서 아침 대용으로 마셨다. 맛도 좋았고 커피와 버터류의 음식을 좋아하는 내겐 쉬웠다.
저탄고지로 순식간에 살을 뺐다가 또 순식간에 찌는 요요를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효과가 있냐 없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평생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간헐적 단식은 내 평소 식습관을 생각했을 때 꽤 쉽게 유지할 수 있었다. 고3 때나 아침을 먹었지, 거의 평생 아침을 잘 안 먹었고, 특히 한창 방탄커피에 맛들여 있던 터라 간헐적 단식은 그 후로도 꾸준히 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 그 자체만으로는 생각보다 살이 잘 안 빠진다. 그때부터 관련 콘텐츠를 열심히 찾아보다가 2020년 정도부터 Andrew Huberman이나 Bryan Johnson을 알게 되었다.
간헐적 단식이란 특정 시간에만 음식을 섭취하고,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식단이다. 나는 대략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음식을 먹고 17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했다. 5년 정도 계속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을 6개월 넘게 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생각보다 살이 잘 안 빠진다는 생각을 해서 그 때부터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열심히 찾아보다 2020년 정도부터 Andrew Huberman 이나 Bryan Johnson 을 알게 되었다.
워낙 간헐적 단식이 유명해졌기에 대부분 알고 있듯이 간헐적 단식을 통해 혈당이 낮아지고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여 이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된다고 한다. 다만, 내가 더 관심을 가진 건 자가포식(Autophagy)이었다. 공복이 16시간 이상 되면 우리 몸의 대사 작용이 더 활성화되고, 생존을 위해 손상되고 낡은 조직을 청소하여 노화 억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논란도 많다. '질병해방'이란 책에서도 나오듯이 간헐적 단식이 실제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칼로리 섭취가 제한되어 그런 건지 의견이 분분하다. 또 자가포식 역시 실험용 흰 쥐를 통한 실험으로만 입증이 되었고, 실험용 흰 쥐의 평균 수명이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16시간 공복이 과연 유의미한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노화가 억제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ㅠㅠ) 확실한 건 규칙적인 식습관과 야식을 안 먹으며 습관성 위경련이 완전히 나았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장기가 건강해진 느낌(?)을 받으며 운동, 식단, 영양제 등 건강과 관련된 관심이 폭발하였고, 온갖 호르몬과 영양제를 읊어대다보니 회사에서 약쟁이라고 불리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크라이오테라피란 짧은 시간 안에 인체를 극한의 저온 (주로 액체질소)에 노출 시켜 염증 완화, 관절 통증 치료, 나아가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진 테라피이다. 다이어트 효과는 의심스러웠는데 역시나 게르만 팔찌급의 과장이었다. 나는 어깨 통증을 위해서 처음 이를 하였다. 울며 겨자먹기였다.
미국에서 크로스핏을 하던 중 어깨를 다쳤는데, 학교 병원을 갔더니 진료 시스템이 엉망이었다..
1. General Practitioner 1차 진료 (예약 3주 걸림) → 정형외과 가라는 진단 5분만에 받음
2. 정형외과 예약 또 2주 대기 → 간단한 테스트 후 X-ray 찍으라고 함. 당연히 바로 찍는 줄 알았으나..
3. X-ray 촬영을 하기 위해 Radiologist 를 예약하는데 또 2주 필요
이렇게 대략 4-6주가 흘러가는 동안 어깨는 아프고, 할 수 있는 치료라곤 파스와 유튜브 재활운동 콘텐츠 밖에 없었다. 마침 내가 쓰던 운동 예약 어플로 크라이오테라피도 받을 수 있어 크라이오테라피를 받았다. 4-6주간 거의 매주 크라이오테라피를 받았고 X-ray 촬영을 앞두고 어깨가 많이 나아졌다. (자연치유되버렸다)
이렇게 저온 요법을 경험하던 중 앤드류 후버만 교수님의 아침 루틴 콘텐츠에서 얼음물 또는 찬물 샤워 (Ice Water Plunge, cold water shower) 를 접하게 되었다.
가수 제니 때문에 많이 유명해진 것 같은데, Ice water plunge 또는 Cold plunge 는 이미 몇 년전부터 여러 운동선수들이 피로 회복 (엄밀히 말하면 젖산염 제거) 등을 위해 해왔다. 다만, 집에서 매번 얼음을 욕조에 채우는 건 어려우니 나는 아침마다 찬물 샤워를 한다. 다이어트나 피로회복을 위해서라기보다 찬물에 노출되었을 때 몸에서 에피네프린 (아드레날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린다는 효과에 집중했다. Andrew Huberman 에 의하면 에프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도파민 분비나 신진대사의 활성화 등은 물론 전두엽 (frontal cortex)의 활성화로 회복탄력성 (resilience)을 증진시켜주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강하게 살려면 근력 운동을, 오래 살려면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한다. 실제로 Bryan Johnson 과 Andrew Huberman 은 물론 책 '질병 해방'에서도 운동의 효과를 강조한다. 어릴 때부터 농구 등의 운동을 좋아했지만 20대 초중반에는 친구들과 노느라 그 이후에는 직장 생활 한답시고 오래 안 했었다. 2018년 정도부터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꾸준히 주에 3회 이상은 농구나 헬스, 달리기, MMA나 서핑 등을 해오고 있다. 무슨 운동이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부상의 위험이 없고, 노년에도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재미를 위해서는 농구나 서핑, MMA 를 택하겠지만 운동을 위해서는 헬스와 달리기를 한다.
아주 소소하지만 내 아침 루틴은 아래와 같고 나름의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근거는 후버만 교수님의 콘텐츠나 reddit 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비전문가다. (틀린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더 공부하겠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잔 (300ml) 마신다. 왜?
1. 세포의 60-80%가 물이기 때문에 건강한 세포 활동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수면 동안 꽤 많은 칼로리를 태우고 그 과정에서 수분을 섭취하지 않았으니 즉시 보충해준다.
2. 또 사람의 생체 리듬 (수면과 기상 패턴)은 바소프레신 호르몬을 통해 신장과 장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데 기상 이후 신장이 끊임없이 체액을 필터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햇볕을 쐬면서 듀오링고로 5-10분간 일본어 공부를 한다. 왜?
1. 일단 햇볕에 노출 (sunlight exposure)가 중요한데 Huberman 은 아침에 햇볕을 잔뜩 쐬면서 산책을 하라고 했다. 한국의 주거 문화 상 산책을 가볍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미국만큼 간편하지 않아 나는 그냥 집에서 일광 노출을 한다.
2. 햇볕에 노출되는 건 비타민 D 섭취도 있지만, 멜라토닌의 원활한 생성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을 쐬며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을 잡아놓으면 밤에 더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
3. 이 외에도 아침에 alertness (각성? 긴장감?) 을 올려 코르티솔 분비를 올리기 위함이기도 한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만성이 아닌 급성일 경우 이는 신체 내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고 너무 단순화되어 있긴 하지만 생체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급성으로 분비된 코르티솔만큼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알고 있다)
4. 듀오링고로 5-10분간 일본어 공부를 하는 건 사실 바이오해킹과 상관이 없다. 그냥 뇌를 더 빨리 활성화시키기 위함이기도 하고, 햇볕 쐬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함 정도. 5-10분 어학 공부한다고 실제로 어학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모든지 시간을 한 번에 많이 쏟아야 는다..
아침 러닝 또는 산책을 하고 찬물 샤워를 한다. 왜?
1. 매번 아침 러닝과 산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침에 존2 정도로 (편안한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되면 엔도카나비노이드 (대마에서 만들어지면 카나비노이드, 신체 내에서 만들어지면 엔도카나비노이드) 를 통해 훨씬 더 기분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 가끔한다.
2. 또한 신체가 앞으로 나아가며 (걷거나 달리면서) 시각적 이미지가 눈앞을 지나가는 Optic flow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생선되는 정보의 흐름이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공포/위협/불안감을 유발하는 편도체의 신경 활동량을 감소 시켜 불안감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3. 즉, 마음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때, 몸과 정신이 찌뿌둥할 때 뛰거나 걷는다.
4. 그리고 찬물 샤워. 겨울에도 한다. 역시나 불안함 감소, resilience (회복 탄력성) 의 증가, 아침을 산뜻하고 활기차게 하기 위해 에프네프린의 분비 등을 위해서 이다.
이건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