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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ent Doors Jun 30. 2021

시원한 그림책, 따뜻한 그림책

낮의 작업실

오... 따끈따끈?

지아의 시원한 그림책

지아는 가방 만들기를 마치고 "시원한 그림책" 작업에 돌입했어요. 표지와 내지 재단을 마치고 샘들에게 2장씩 숙제를 내줬어요. 주제는 시원한 그림! 정윤샘과 작업실 밖으로 나가 시원한 그림을 그리기로 했어요. 마침 채원이가 무얼 할지 모르겠다며 재료바에서 방황 중이라, 함께 숙제를 해보기로 했어요. 저희는 그림을 그리며 채원이에게 추천 책을 참고하는 방법, 다 함께 그림을 그리는 방법 등을 제안했지만, 채원이는 전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며 다 거절했어요. 지아, 정윤샘 그리고 저 셋이서 각자 그림을 그리고 채원이가 옆에서 첨언했어요. 저는 시원한 여름 숲을, 정윤샘은 오로라가 펼쳐진 겨울 산을 그리다 계절을 주제로 한 달력이 떠올라 채원이에게 제안했더니 드디어 마음에 들었는지 작업을 시작했어요. 뒤이어 온 은아도 저희 작업을 구경하다 시원한 그림을 한 장 그리고 싶어 했어요. 지아에게 설명을 듣고 종이를 받아 자기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지아의 작업에서 채원, 은아가 영감을 받아 자기 나름의 시간을 보낸 오늘입니다.


은아의 따뜻한 그림책

은아는 오늘 책을 만들 거라고 했어요. 속지를 자르고 표지를 만들다가 저한테 표지에 뭐라고 쓰면 좋겠냐고 물어보길래, 무엇에 관한 책인지 물어봤어요. 잘 모르겠다며 무슨 책을 만들지 저보고 정해서 제목을 적어달라고 하길래, 예시로 지난번에 지아 언니가 ‘시원한 그림책’을 만들었었다고 얘기했어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옆에 있던 온율이가 “아! 그럼 뜨거운 그림책?!” 그러자 은아도 “아니 따뜻한 그림책?!”이라고 하며 따뜻한 그림책을 만들기로 정했어요. 주제가 나오자마자 난로, 이불, 고구마, 오뎅 국물, 코코아 등의 의견이 이어졌어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온율이가 옆에서 “여름?!”을 외친 후 바로 “아니 여름은 덥지. 그럼 봄!” 이러면서 ‘따뜻한’에 대한 정의를 다양한 방향으로 넓혀가는 데 도움을 주었어요. 은아는 또 책등이 있는 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했어요. 그래서 은아의 등에 비유해 ‘책 등’이라는 단어를 설명해주고, 책을 펼쳐서 책 등이 어떻게 연결되고 만들어지는지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내지가 5~6장 정도라 굳이 책 등 없이도 스템플러를 찍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간단하게는 테이프로도 붙일 수 있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래도 슬아는 책 등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마침 지난번 시원한 그림책을 만들었던 지아가 와서 어떻게 책을 만들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줬어요. 은아는 내지를 20장 정도로 늘리기로 하고, 내지와 표지를 각각 완성한 후 나중에 조립(?)하기로 했어요. 지안의 영향인지, 은아도 샘들에게 또 두 장씩 숙제를 주고 지아 언니와 온율이 한테도 숙제를 줬어요.











뭘 할지 잘 모르겠어요!

작업실에 처음 온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자주 오는 아이들도 습관처럼 외치는 말이에요. 무얼 할지 모르겠는 그 답답한 마음, 샘이라고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샘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작업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도 간질간질한 입을 딱 닫고 “글쎄, 뭘 하면 좋을까요?” 시치미를 뗍니다. 


영감님(?)은 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

샘이 딱 잡아떼니, 다시 막막해집니다.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재료바 주변을 서성 거리기도 하고, 애꿎은 글루건을 들었다 놨다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개를 휙 돌렸는데 다른 아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번뜩! 눈에 들어옵니다. 오, 그거 재밌겠는데? 나는 조금 바꿔서 해볼까? 눈을 크게 뜨고 작업실을 둘러보면 사방에 지천으로 영감이 가득합니다. 


때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지 든든해집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막막해집니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는 물론이고, 작업을 하다 보면 막막한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바로 그 순간! 두리번두리번, 어슬렁어슬렁. 다른 사람 작업을 구경도 하고, 때로는 무슨 작업을 하는지 넌지시 말도 걸어보고, 때론 그 사람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살랑살랑 올라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이 경험이, 어쩌면 우리가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이어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질문 하나, 매일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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