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작업실
다윤샘의 관찰일지
윤주랑 가윤이가 “작업실에 놀러 오세요!” 피켓을 만들었어요. 작업실에 많은 아이들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직접 홍보문구(작업실에 오면 즐거워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요, 놀러 오세요, 사랑해요(?))를 썼어요. 포스트잇 크기의 쪽지 여러 장에는 간단한 문구를 적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나눠줄 거래요. 카페 음료가 맛있다는 내용도 추가하며 카페에 많은 어른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무엇보다 윤주와 가윤이가 작업실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더욱이 윤주는 최근 2개월 동안 매일 작업노트에 작업실에 와서 행복하고 즐겁다고 썼는데,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표현하고 싶었나 봐요.
윤주, 가윤이가 홍보 활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윤아와 윤재가 방문했는데요. 작업실에 붙어있는 피켓을 보고 들어오더니 무얼 하는 거냐고 물어봤어요. 작업실 문밖에서 피켓을 구경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홍보 활동에 참여했어요. 쪽지를 받은 어떤 분이 살펴보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우리 쪽지 엄청 많으니까 더 만들면 돼!"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씩씩하게 극복했어요. 종이 홍보물에 성에 안 찼는지 플라스틱 컵에 구멍들을 뚫어 확성기도 만들어 큰 소리로 "작업실 많이 와주세요!”를 외쳤어요. 서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작업실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저장했어요.
홍보 활동을 하는 각각의 아이들을 관찰해보았습니다. 윤주, 가윤, 은준, 은우 4명의 아이 각각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어 흥미로웠어요. 본인이 애정 하는 공간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윤주), 카페에 손님이 많이 와 돈을 많이 벌어 작업실이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준), 홍보를 처음 해봐 기쁘고 지나가는 타인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게 기쁨(은우), 그저 하고 싶음에 흥분!!(가윤) 정은샘과 홍보 활동 지속에 대한 회의를 하다가 아이들과 다 함께 활동을 정리를 해보기로 했어요. 에어컨 옆 원형 테이블에 모여 네 머리를 골똘히 모아 진지하게 회의에 임했는데요. 각자 ‘홍보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작성했어요. 완성 후에 서로의 제안서(?)를 돌려 읽고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제안에 투표했어요.
오늘의 해프닝에 당황스러운 지점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대응하며 실제 문제들을 헤쳐나가면서 무척 즐거워했어요. 더불어 샘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상황에서 본인들끼리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경험도 했고요. 일련의 과정들이 즐거운 경험 혹은 성장이 되었길!
정은샘의 관찰일지
다윤샘이 기록해주신 대로 가윤이와 윤주가 작업실 홍보 피켓을 만들고, 직접 문 앞에 서서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호객행위?)에 나섰어요. 아이들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여워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며 몇 마디 나누었어요. 둘 다 자주 오는 친구들이라서, "그런데 이렇게 홍보해서 사람들이 많이 오면, 작업실 사용할 때 불편하지 않을까?"하고 물어보았더니 "그렇긴 한데, 그래도 작업실이 좋아서요. 더 많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었어요.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참 예뻤어요.
잠깐 하고 그만할 줄 알았던 홍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몇 가지 우려 사항이 생겼어요.
1.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홍보 활동을 운영진의 강요 혹은 제안에 의한 활동으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
2.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인지하더라도, 추운 날씨에 아이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3. 통행인에게 지나친 소음 공해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인데요. 약간은 우려스럽지만,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활동이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카페에 계신 어머니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나서서 이야기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단 이야기 좀 하자고 데리고 들어와서, 위의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했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된다고 해서 겉옷까지 입었는데 왜 자꾸 못하게 하냐, 시끄러우면 소리를 좀 작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등등 다다다다 반박을 늘어놓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작정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고, 앞에 이야기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었어요. 그랬더니 마침내 납득을 하고, 자기들끼리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다윤샘이 네 명이 한꺼번에 이야기하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회의 결과를 글로 적어서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이들이 흔쾌히 수락하고 회의 결과가 정리되면 다시 알려주기로 했어요.
가연샘의 관찰일지
아이들이 갑자기 이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어요. 은준이는 “아저씨(카페 매니저님) 돈 버는 거 도와주려고요!"라고 얘기했어요. 은준이는 중간에 제가 나갔다 올 때도 저한테 커피 사 먹으라고, 지금 빨리 사 먹으라고 얘기를 했었어요. 윤주는 "작업실이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서!"라고 얘기하길래, 왜 인기가 많아지면 좋냐고 했더니, 자기가 좋아하고 자주 오는 공간이 인기가 많으면 좋을 것 같대요. 근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면 너희들 작업하러 올 때 앉을자리가 없을 수도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럼 샘들을 도와주겠대요. 일도 같이하고 같이 퇴근할 거래요. 옆에 있던 은우도 "저도요! 저도 동감이에요."라고 말했어요.
아이들이 정말 이 공간을 사랑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구나 싶어서 감동했어요.
대체, 작업이란 건 뭘까요?
가위로 상자를 오리고 글루건으로 이어 붙이고. ‘그럼 만들기가 작업인가?’ 싶다가도, 아이들을 돕는 놀이 대장이나 아이돌 활동(?)도 작업이라고 하니. 알듯 말 듯 알쏭달쏭한 작업을 우리는 ‘생각의 시각화’라고 정의합니다. ‘작업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동네 떠들썩한 홍보 활동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생각이 작업이 되기까지, 생각이 지나간 길을 따라가 봅니다.
• ‘작업실에 오면 즐거워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요’, ‘놀러 오세요’, ‘사랑해요(?)’ 홍보 문구 스케치하기 (표현하기 Draw)
• ‘작업실에 놀러 오세요’ 최종 문구 피켓 만들기 (실험하기 Make)
• 피켓을 들고 메시지 쪽지 나눠주며 홍보하기 (공유하기 Play)
• ‘홍보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제안서 작성하기(생각하기 Think)
•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 회의하기 (계획하기 Plan)
세상에 같은 작업은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저마다 자기만의 길을 따라갑니다. 누군가는 계획 없이도 척척 작업을 하고, 누군가는 주구장창 계획합니다. 누군가는 차분히 생각하고 실험하지만, 누군가는 일단 실험해보고 다시 생각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지나간 길의 끝에는 어김없이 작업이 남습니다. 모든 작업은 세상에 딱 한 사람,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합니다. 같은 경험 끝에 색색의 다른 글이 된 관찰일지, 샘의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샘도 아이도 세상 유일한 자기만의 문을 열어가는 곳, 아이들의 작업실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