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여자
베스트 드라이버
나는 부산 상여자다.
그렇기에 ‘베스트 드라이버’다.
(무슨 논리? 멍멍 논리)
처음 갓 스무 살이 되자마자 엄마의 현명함으로 운전면허를 바로 땄다.
남들한테 지기 싫으니 1종보통.
아니, 사실 그때 우리 집에 있던 차가 ‘스틱(매뉴얼이라 하나)’ 마티즈 ‘조이’였다. 2014년이다.
그래서 일단 오토가 아닌 스틱으로 운전을 배웠다.
클러치 밟고 기어 바꾸고. 오르막에서 뒤로 밀리고.
클러치 밟으며 기어 바꾸는 여자 어때요?
운전면허를 갓 취득하고 나는 부모님 하고 운전연수를 했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강하게 키워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부산 길이 있는데 그곳은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 경사를 이겨내고 올라가서 달리면 부산의 야경이 홍콩 침사추이 야경 못지않다.
아 잠시 여러분께 짧게 감성 대단한 루트를 하나 소개하고 가야겠다.
(정말 부산 토박이라 말씀드리는 것이니 기억하시도록.. 부산 친구들도 잘 모르더라?)
서면 파고다 앞에서 남포동 방향으로 가는 ’ 86번 시내버스’를 탄다. 그러면 초량 달동네를 가는데 실연을 당하거나 어떤 학기 학점이 2.3점을 받아 너무 슬플 때 이어폰을 끼고 야경을 보면 눈물이 자동으로 흐른다.
나는 혼자서도 탔고, 친구들 몇 명을 데리고 타기도 했다.
한 번은 내려서 맥주도 마셨다. 죽인다.
중간에 어떤 학교? 에 내리면 앉아서 야경을 볼 수 있게 마련해 둔 장소가 있다.
(화장실은 없었다 그 당시)
아무튼 다시 내 운전경력에 대해서 말을 해야겠다.
나는 사나운 운전자다.
도로 위의 꼰대다.
상대방이 예의를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는다 싶으면 클락숀. 그리고 여러 동물들의 아기를 부르는 명칭들이 쏟아진다.
나는 동물들을 참 좋아한다. 이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암튼 차에만 올라타면 마치 전쟁터의… 장군이라기엔 품위가 조금 없지만 사납다. 그래도 창문을 내리진 않는다. 쪼리는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하다 최근에 직장 상사들을 몇 번 태운 적이 있는데 다들 나보고 운전을 잘한다 하더라.
그냥 잘하는 게 아니고 ‘터프하게 잘한다.‘
그럼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아 당연하죠. 저 부산사람인데요.”
이렇게 부산사람 부심을 부린다..
(아무래도 내 성격 탓일 텐데 핑곗거리가 있어 좋다.)
요즘은 추가 스킬도 생겼다.
상향등 켜기.
난 이게 더 기분 나쁘더라.
그래서 비매너 운전자들한테 빔을 발사해 준다.
하지만 현피는 뜨고 싶지 않기 때문에 창문은 재빠르게 올려준다.
부산에서 차 뒤 범퍼 주유구 쪽에 빵꾸가 나있고 거대하게 스크래치가 나있는 검은 suv를 본다면 일단 조심해라.
내가 후광으로 당신의 눈을 부시게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심하셔라. 경기도에는 차를 안 갖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