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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ollet 리아올렛 Aug 01. 2023

수영14. 레일 밖

다름

오늘도 오리발을 잊었다. 자유 수영이라 다행이었다. 쉼 없이 레일을 돌던 수업과 다르게 한 달의 마지막 수업은 하고 싶은 대로 돈다.


수영장 맨 끝 레일은 항상 남겨져 있다. 필요한 상황을 위해 비워두는 것 같았다. 강습 레일 옆에 빈 레일이 종종 쉴 수 있어 좋았다.


오리발도 없이 한두 번 돌다 계속해서 도는 대열에서 빠졌다. 속도가 안나기도 했고, 자유수영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없는 빈 레일로 넘어갔다. 레일을 잡고, 눈을 감고 숨을 참으며 고개를 물로 밀어 넣는다. 넘어온 레일 위를 보니 같은물인데도 이쪽과 저쪽이 다른 듯했다.


처음에는 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왔는데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마음을 보채며 수영하지 말자면서 말이다. 그리곤 수영장 출발점에 기대 옆라인 사람들을 봤다. 레일마다 다들 힘차게 수영중이다. 각자의 방법으로나아가고 있었다. 한쪽으로 가고 반대편에서 되돌아오는 그 순리대로. 그 레일밖을 벗어난 나는 그 법칙에 벗어나 있는 듯했다.


레일을 따라 돌기만 하다 옆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팔과 다리를 힘차게 내젓고 있었고, 나는 작은 움직임으로 관찰을 했다. 그들은 숨이 차 얼굴이 뜨겁다 했으나, 나는 조금은 찬듯한 물의 온도를 느끼며 몸 온도보다 차가워졌다.


잠깐사이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그 점이 당연했고, 썩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오리발을 왜 맨날 까먹고 안들고 오지 라는 생각에 갇혀있거나, 빨리 다시 저 사이에 끼어 돌아야 하는데라며 고민했을 테다.


몸이 차가워지는 게 싫지 않았다. 자유시간인만큼 자유를 원했다. 순서와 룰이 왜 있는지는 알지만 그 사이에 영원히끼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고 그곳에서 나와 숨을 돌리거나 홀로 다른 세계에 있고 싶었다. 저마다 만들어내는 파장의 혼합이 때론 너무 어지러웠고, 평온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가 좋았다.

오리발이 없이도.


Out of the 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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