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오늘도 오리발을 잊었다. 자유 수영이라 다행이었다. 쉼 없이 레일을 돌던 수업과 다르게 한 달의 마지막 수업은 하고 싶은 대로 돈다.
수영장 맨 끝 레일은 항상 남겨져 있다. 필요한 상황을 위해 비워두는 것 같았다. 강습 레일 옆에 빈 레일이 종종 쉴 수 있어 좋았다.
오리발도 없이 한두 번 돌다 계속해서 도는 대열에서 빠졌다. 속도가 안나기도 했고, 자유수영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없는 빈 레일로 넘어갔다. 레일을 잡고, 눈을 감고 숨을 참으며 고개를 물로 밀어 넣는다. 넘어온 레일 위를 보니 같은물인데도 이쪽과 저쪽이 다른 듯했다.
처음에는 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왔는데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마음을 보채며 수영하지 말자면서 말이다. 그리곤 수영장 출발점에 기대 옆라인 사람들을 봤다. 레일마다 다들 힘차게 수영중이다. 각자의 방법으로나아가고 있었다. 한쪽으로 가고 반대편에서 되돌아오는 그 순리대로. 그 레일밖을 벗어난 나는 그 법칙에 벗어나 있는 듯했다.
레일을 따라 돌기만 하다 옆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팔과 다리를 힘차게 내젓고 있었고, 나는 작은 움직임으로 관찰을 했다. 그들은 숨이 차 얼굴이 뜨겁다 했으나, 나는 조금은 찬듯한 물의 온도를 느끼며 몸 온도보다 차가워졌다.
잠깐사이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그 점이 당연했고, 썩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오리발을 왜 맨날 까먹고 안들고 오지 라는 생각에 갇혀있거나, 빨리 다시 저 사이에 끼어 돌아야 하는데라며 고민했을 테다.
몸이 차가워지는 게 싫지 않았다. 자유시간인만큼 자유를 원했다. 순서와 룰이 왜 있는지는 알지만 그 사이에 영원히끼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고 그곳에서 나와 숨을 돌리거나 홀로 다른 세계에 있고 싶었다. 저마다 만들어내는 파장의 혼합이 때론 너무 어지러웠고, 평온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가 좋았다.
오리발이 없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