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엔 슈워츠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훌륭한 문학작품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삶의 진솔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겪지 않아도 마음속 깊은 울림을 남긴다. 캐나다 출신의 두 작가, 조앤 슈워츠가 쓰고 시드니 스미스가 그린 <바닷가 탄광 마을>(조앤 슈워츠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국민서관, 2017)이 그렇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바닷가 탄광 마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바닷가 탄광 마을>은 단 하루의 일상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이른 새벽 아빠의 출근으로 시작해 어두운 밤 잠들기 전까지 아빠와 소년의 일상이 교차되어 그려진다. 언덕에 자리 잡은 소년의 집에선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보며 소년은 아빠를 생각한다. 친구와 놀 때도, 심부름 다녀올 때도, 할아버지 묘지에서도 소년의 눈은 바다를 향해 있다. 그곳에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동안 아빠는 어둡고 긴 바닷속 터널에서 석탄을 캔다. 소년이 일어나기 전, 다른 누군가의 아빠들과 바닷속 깊은 곳 탄광을 향해 들어간다. 장비를 들고 좁고 어두운 굴로 들어가 석탄을 캔다.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피해 뒷걸음치기도 한다. 광부로서 아빠의 하루는 소년의 일상과 함께 흐른다.
그림을 통해 보는 지상의 바다와 바닷속 지하의 대비는 강렬하다. 소년이 보는 바다는 끝없이 넓고 눈부시고 고요하다. 먼 곳에서 물마루를 일으키는 파도와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빠가 일하는 바다는 좁고 어둡고 시끄럽다. 석탄 캘 때 나는 굉음과 탄가루,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갱도 안이 바다에 있다. 소년과 아빠의 일상이 번갈아 펼쳐지는 장면의 대비는 마치 삶의 이중적인 모습과 닮아있다. 밝음과 어두움, 절망과 희망, 기쁨과 슬픔, 이상과 현실 등. 무덤덤하게 소년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하루가, 그래서인지 더 애잔하다.
그림자가 길어졌을 때 아빠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좁고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일하고 돌아온 그를 껴안아 주는 건 가족이다. 소년은 거뭇한 자국이 남아있는 아빠에게 달려가 안긴다. 무사히 돌아온 아빠가 반갑다. 엄마는 요리를 하고 식사 후 아빠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소중한 시간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짧은 휴식과 감사의 시간이 내일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년은 안다. 언젠가는 아빠처럼 자신도 석탄 캐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자기는 광부의 아들이고, 그 마을에서는 수십 년간 모두들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할아버지 묘지 옆에는 수많은 묘지가 늘어서 있다. 탄광 마을에서 자신의 앞날을 그려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년 역시 할아버지처럼, 아빠처럼 거센 파도와 폭풍에 이골이 난 자신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간결한 문장과 화려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그림으로 일상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는 무심함, 꾸밈없는 선의 터치로 하루의 일상을 그려냈지만 탄광 마을 사람들의 수십 년의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무심함에 감추어진 그들의 일상이 삶에 대한 깊은 울림과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