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9 / 한국인 쭈구리 한 명

케언즈, Lagoon & Night Market

by 사서 유

여행이라기보다 친척 언니의 집에서 머무른 것에 가까웠던 다윈을 벗어나 홀로 걷는 여행길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윈 공항에서 출국장을 찾지 못하여 한참을 헤매었던 데다가, 도착 후 날씨는 비를 쏟아내며 험악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공항 정류장에서는 그 누구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날씨는 습하였던지라 마치 하늘에서 침을 뱉듯이 뜨뜻미지근한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고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는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아 공항 내 카운터로 찾아가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 버스는 공항 내 카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기다리다 하나 둘 내 곁으로 모여들었고, 이윽고 픽업 버스가 도착하였다. 그러나 주위 관광객들과 소통을 하지 못했던 나는 홀로 버스가 다르다며 멀쩡한 버스를 보내려 하였고, 친절하신 기사님이 누차 확인해주신 덕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사실 킹스크로스 스시바에서 일한 이후로 되려 영어에 자신감이 줄어든지라 활기찬 분위기에 함께 동화될 자신이 없었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보다 영어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어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유러피안들의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 선뜻 동참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분홍색 가방을 꼭 껴안은 한국인 찐따는 긴장상태에서 숙소에 당도하였고 간신히 백팩커스에 도착해 짐을 풀 수 있었다.


그 백팩커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홀로 여행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유러피안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들은 비록 혼자 왔을지라도 다른 일행들과 줄곧 어울리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늑한 분위기의 멜버른 YHA 호스텔에서는 혼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라운지에 내려가 저녁도 먹고 친구들과 통화도 하며 보내었는데 실내라고는 방과 리셉션이 전부였던 그 호스텔은 도무지 아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케언즈의 날씨는 그레이트베어 리프를 여행한 하루를 제외하고는 장마철과 다름없었다. 화장실은 특이하게도 방 안에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갈 수 있었는데 그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던 나는 힘들게 옆 동 샤워실을 이용하는 일도 있었다. '이 문은 무슨 문이지?'라는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끝끝내 발견하지 못할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그 덕에 뒤이어 묵는 룸메이트들에게 샤워실을 설명하며 농담을 나눌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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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21-40-52.jpg 케언스 에스플래나드 라군 (Cairns Esplanade Lagoon)

우여곡절 끝에 짐을 정리하고 호스텔로 나와 제일 먼저 본 것은 갯벌로 드리워진 휑한 바다였다.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소 멀었던 케언즈의 첫인상은 다음날 날이 밝기 전까지 퍽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였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바닷가 옆 소도시를 떠오르게 했다. 악어 조심이라는 푯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이할 게 없어 보이는 갯벌이어서인지 영어를 모르는 누군가는 한번 즈음은 밑으로 내려가 볼 법하다는 생각에 괜히 무서워졌고,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갯벌은 다소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라군은 비가 대수냐는 듯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케언즈 시티는 마음만 먹으면 한 두어 시간에 다 둘러볼 수 있다는 말에 저녁을 해결할 겸 곧바로 나이트 마켓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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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21-41-53.jpg Cairns Art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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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21-45-38.jpg 케언즈 나이트 마켓 (Cairns Night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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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마켓은 마치 동대문시장을 떠오르게 했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탓에 군데군데 일본어로 안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원주민들의 전통악기부터 시작하여 케언즈의 다양한 지역상품들을 판매했는데 10불에 팔리는 수영복 원피스는 꽤 쓸모 있어 보였고 그밖에도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챙겨갈 것들이 더러 보였다. 나이트마켓에선 무엇보다 '10불짜리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 10불을 웃도는 가격만 지불하면 접시 하나에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잔뜩 담아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 반 고기 반이 들어가 있는 맛있는 쌀국수 역시 맛볼 수 있었다. 케언즈에서의 첫날은 다소 외롭고 쓸쓸하였지만 휴양지는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안기며 불행히도 여행 내내 외로움은 나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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