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우체통에 도착한 네 번째 편지
이번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하기까지는 거의 열흘이나 걸렸네요. 고민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을까 싶어 편지를 보내주셨을 텐데 너무 늦게 답을 드려 죄송해요ㅠ 먼저 온 편지들에 대한 답을 쓰다 보니 늦어졌지만, 그런 만큼 정성 들여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번 편지는 '꿈'에 대한 고민을 보내주셨는데요.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좋아하는 길을 가야 할지, 내 결정에 확신을 가지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민 많은 대학생입니다. (별칭을 안 보내주셔 제가 임의로 새싹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구요(나름 공부도 잘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첫째이다 보니 사촌동생들이 많아 어릴 때부터 잘 놀아줬는데요. 동생들이 어릴 때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서 그 모습을 보고 유치원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중학교 때보다 공부를 좀 더 잘해서 부모님께서도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물론 유치원 선생님은 아니고 초등학생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셨죠. 제 생각에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유치원 선생님과도 조금 비슷하고, 공무원이니 복지도 좋고 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교대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이미 수시로 입학한 친구들끼리만 친해져 있더라구요. 게다가 수업을 들어보니 흥미도 생기지 않더라구요... 원하는 대학에 오기 위해 그렇게 참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의지할 사람도 없고, 공부에 흥미도 안 가다 보니 정말 재미없더라구요. 살면서 가장 재미없는 시간들이었어요ㅠ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제도 많아지고, 발표할 것도 많고, 실습까지 점점 힘들어졌어요. 원래 낯을 좀 가리다 보니 실습 갔을 때 애들한테 다가가는 것도 어렵고, 막상 실습을 갔을 때는 학생들이 제가 생각하던 그 순수한 아이들이 아니더라구요. 생각했던 거랑은 너무 달랐어요.
교대를 다녀보니 제가 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까 싶더라구요. 그래서 방학만 되면 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을 해봤는데요. 선생님보다는 오히려 빵만드는 제 모습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고등학교 때도 오븐을 사서 집에서 빵을 만들만큼 좋아했더라구요. 그래서 이 일을 해보고 싶어 일단은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생각만 하다 실제 학원에 다녀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ㅠ
이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다 싶은데 부모님에게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겠더라구요. 제과제빵을 배우려면 보통 전문대를 다니게 되는데요.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기는 하지만 공부했던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니깐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길이 진짜 제 길인지 확신이 안 선다는 점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학교를 자퇴할 생각을 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아무것도 없어진다는 게 너무 슬프기도 해요ㅠ
물론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졸업하고 선생님이 될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면서 살기는 정말 싫거든요ㅠ 힘들 때마다 '그때 해봤어야 하는데'라는 미련이 남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이런 제 고민을 들으면 제과제빵은 그냥 취미로 하라고 하네요.
학교가 힘들어서 선생님이 되기 싫은 게 아닌지, 아니면 진짜 좋아하는 제과제빵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ㅠ 몇 개월째 이 고민만 하고 있네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
새싹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누구나 고민인 부분이죠. 세상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는데 막상 해보면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보태 제 의견을 말씀드려볼게요.
먼저, 제 이야기가 결국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
정말 다양했던 나의 꿈
전 꿈이 수시로 바뀌었어요. 고등학교 때 어떤 게임을 나름 잘해서 '프로게이머가 되면 어떨까?'라는 꿈을 잠깐 가지기도 했어요. 현실을 한참 모를 때이기도 했고, 어떻게 먹고살지 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새싹님과는 다르게 전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항상 맨 뒤에 있었죠. 공부는 재미가 없었거든요. 부모님께서도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시지도 않았어요.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내용이기는 한데요. 고등학교 때는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되면 어떨까 싶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춤이 좋아 댄서가 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군대를 다녀와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고시에 도전하기도 했죠. 그러다 뜬금없이 회사에 취직해 영업사원이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봤어요. 주위에서 그런 저를 욕하는 사람들과는 결국 다 멀어지게 됐죠. 그런데 저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놀기만 좋아하던 저는 지인들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의 고민상담까지 해주고 있어요. 분야도 가리지 않죠. 물론 돈이나 대가를 받는 건 아니에요. 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죠. 가끔 돈을 받고 글을 써주기도 해요. 이렇게 새싹님처럼 고민을 보내주시는 분들을 위해 글을 쓰기도 하죠. 공부도 못하는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믿어지시겠어요? ^^
왜 맨날 꿈이 바뀌고,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었을까요?
나를 찾아가는 과정
우리는 학교에서 수많은 지식을 배워요. 수학, 과학, 역사, 영어 등 셀 수 없이 많은 지식을 욱여넣느라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은 대부분 학교생활뿐이죠.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나'를 찾는 방법이죠. 학교는 모든 학생들을 똑같은 틀에 넣는 역할을 하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게 하지 않아요.
초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게 돼요. 사춘기도 지났는데 왜 그렇게 많은 고민이 우리를 힘들게 할까요?
그건 그동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찾아 헤매는 사람은 별로 없죠. 수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코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고,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찾기 시작해요. 그동안 듣기만 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마주하죠. 힘든 게 당연해요. 세상은 선생님, 의사, 공무원처럼 획일화된 직업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직업들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좋아서 하는 사람이 있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수년, 수십 년 동안 하나의 꿈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어요. 왜냐면 우리는 준비만 오랫동안 했기 때문이에요. 달리기로 비유해볼까요? 달리기를 할 줄 알려면 무엇부터 해야 될까요? 달리기에 필요한 신발을 사고 옷을 사고, 호흡하는 방법을 배우고, 스트레칭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까요? 아니에요. 그냥 달리면 돼요.
그냥 달리다가 금세 숨이 차면 꾸준히 달려서 폐와 심장을 단련하면 돼요. 발이 아프면 그때 신발을 바꾸면 돼요.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으면 자세를 교정하면 돼요. 이렇게 해봐야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달리기를 시작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데 허비하고 있죠. 나를 찾기 위해서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부딪혀 봐야 해요.
우리가 말하는 꿈은
진짜 꿈이 아니다
누구든 꿈꾸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어 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니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하죠. 그런데 실제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꿈꾸던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새싹님처럼 아이들과 함께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선생님이 됐지만, 막상 선생님이 돼 일을 해보니 본인이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결국 선생님이 돼보니 적성에 안 맞는 경우도 많죠. 마치 달리기를 위한 준비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막상 뛰기 시작해보니 나랑 안 맞았던 거랑 같죠.
우리가 꾸는 꿈들은 현실과 많이 달라요. 꿈꿀 때는 좋은 면만 보지만 현실에서는 반대편 모습이 더 많이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꿈이 바뀌어요. 사실 그 모습도 정상이에요.
꿈에 대한 정의를 바꾸자
새싹님은 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이나 제과제빵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직업이 꿈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려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꿈인 학생들이 많은데요. 막상 그 학생들이 꿈꾸던 대학에 입학하면 평생 행복함을 느끼며 살까요?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된다고, 힘 있는 변호사가 된다고 행복할까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다 행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요즘 뉴스에 변호사나 검사가 많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새싹님도 앞으로는 꿈에 대한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어요. 왜 선생님이 되고 싶으세요? 왜 제과제빵사가 되고 싶으세요? 선생님이 되고 제과제빵사가 되면 인생이 행복하게 마무리될까요? 만약 그 꿈을 모두 이루지 못한다면 인생은 실패로 끝나는 게 될까요?
꿈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야지'로 바꾸면 어떨까 싶어요. 제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저는 먼 길을 돌아 결국 '내 것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 '즐겁게 살자'라는 꿈에 정착했어요. 물론 또 바뀔 수 있겠지만 꿈이 이렇게 바뀌고 나서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 상관이 없더라구요.
제가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면 되는 것이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면 글로써 나누면 돼요. 만약 제가 제빵사가 된다면 맛있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돼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나누면 되겠죠.
새싹님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왜 선생님이 되고 싶으셨어요? 왜 제빵을 하고 싶으신 거죠? 무엇을 할지는 그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제 이야기가 새싹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나를 찾고, 내 꿈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봐야 해요. 많은 경험을 하는 만큼 많은 실패도 하게 되죠. 그런데 누구나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쉽게 감내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안정적인 삶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실패에 대한 위험보다는 안전한 직업, 안전한 삶이 우선인 사람도 있죠.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삶의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무엇이 정답이다 할 수 없어요. 몇 번 실패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여러 번 실패해본 사람들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알기도 해요. 다만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정말 죽어라 노력해봐야 돼요. 어정쩡하게 해보고 안 된다고 발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안 돼요. 할 거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봐야 해요. 그러면 실패해도, 발을 빼도 무언가 남아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방법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기 위해서는 '잘'하면 돼요. 누구보다 잘하면 자연스레 내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이 재미있어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죠.
새싹님께서 제과제빵을 좋아하신다면 그쪽으로 발을 옮기든 취미로 하든 꾸준히 해보세요. 아예 방향을 틀었는데 그 길도 내 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때는 아쉬워 말고 다른 길로 방향을 돌리면 돼요. 또 취미생활로 한다고 해도 재미있다면 절대 손을 놓지 마세요.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그 일이 내 일이 되기도 해요.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 중에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셰프분들이 나와서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인데요. 거기서 이연복 셰프라는 분이 계세요. 중화요리의 대가시죠. 세계에서 요리 잘 한다는 셰프들과 대결을 해도 밀리지 않는 분이세요.
그 이연복 셰프님은 어느 요리 대학을 나온 지 아시나요? 어느 학과를 나왔는지 아세요? 모르시죠?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요리사가 되셨는지는 알고 있어요. 그분은 학교를 간 게 아니라 중국집을 가셨어요. 배달부터 하셨죠. 배달부터 재료 준비, 요리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씩 배우셨을 거예요. 물론 원래는 요리가 배우고 싶었던 게 아니셨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요리도 잘하게 되셨죠. 먹고살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요리를 찾아가고 있어요. 요리를 잘 하다 보니 결국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고,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게 되셨을 거예요.
어떤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잘하면 결국 본인의 일이 돼요. 좋아서 시작했든 어쩔 수 없이 시작했든 말이죠.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해보세요. 과정이 재미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고, 누구보다 잘한다면 결국 내 일이 될 거고, 또 재미도 있을 거예요.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ㅠ 해드리고 싶은 말은 아직 많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해드리고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내 삶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