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ug 26. 2016

선물이 부담되는 이유

고민 우체통에 도착한 다섯 번째 편지

많은 분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참 연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며 인간관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하는데요. 연애라는 것은 그 인간관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든다고 다 잘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고민을 보내주신 분도 '연애'에 관한 고민을 보내주셨는데요. 나이차가 꽤 많이 나 연애를 하며 이런저런 고민거리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제 생각을 얘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어제 요 며칠 하루 몇만 명씩 제 글을 읽어주고 계시네요... 그만큼 고민 우체통에 편지도 너무 많이 와서 답장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ㅠ 좀 늦어지더라도 정성껏 쓸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별칭은 스마일로 하겠습니다.

 도서관에 사는 남자님의 글을 읽다가 개인의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글을 읽고 고민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각자의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본인의 생각만으로는 판단과 해결이 어려울 때가 많은데요. 다른 분들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저의 고민은 '연애'입니다. 현재 10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용기 내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사랑의 시작과 만남의 지속에 중요한 점은 관심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 살짝 삐쳐있으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럼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만나러 왔겠냐고'라고 말이죠.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왜 하겠느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싫어하는데 올리는 없겠죠. 다만 그런 말과 태도를 보이는 남자 친구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가끔 남자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하곤 합니다. 제가 취미생활로 해서 만든 것들을 주기도 하고, 남자 친구 화장품이 떨어졌을 때는 몰래 사서 선물하기도 해요. 그런데 선물을 받는 남자 친구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 하면 되는데, 그런 말보다는 '뭐하러 이런 걸 선물하냐, 본인한테도 필요한 게 있을 텐데 그걸 사지', '부담스럽다' 등의 말을 해요.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선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좋아서 선물하는 건데 이런 반응을 보이니 참 난감하네요.
 
  좋아서 주는 선물을 이렇게 항상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는 남자 입장이 많이 부담스러울 거라는 건 이해하지만, 서로 용기 내 연애를 시작했다면 부담보다는 사랑을 보고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도서관에 사는 남자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요즘은 나이차 많이 나는 커플들이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보다 자주 보인다는 말은 그 전에는 많지 않았다는 말일 수도 있는데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나이차가 10살 이상 나는 연애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스마일님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이차 많이 나는 연애는
왜 어려울까?


 나이는 경험에 비례한다(예외도 있다). 나이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인생의 경험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번에 쓴 글 중에 '어른이 되면 왜 사랑에 조심스러워질까?'라는 글이 있다. 이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사랑에 조심스러워진다. 경험이 많아지면서 어떤 일에서의 아픔을 더욱 많이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진다.


 나이차 많이 나는 연애가 힘든 대부분의 이유는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연애의 경험뿐만 아니라 인생의 경험도 많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다 보면 일의 순리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굳이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과정만 보면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스마일님의 입장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챙겨주는 것이 왜 부담이 되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하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선물이 부담스러울까?


 선물은 설레는 단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담되는 단어일 때도 있다.  어린 시절, 생일잔치를 하면 친구들이 각자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온다. 친구들이 많이 올 수록 선물도 많아진다. 친구들이 나를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기대되는 마음에 포장지를 하나씩 벗기지만, 나이가 들면 택배 상자를 뜯는데서 그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의 생일잔치 같은 모습은 점차 사라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내가 선물을 받으면 다음에는 내가 상대방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선물을 하더라도 내 마음이 항상 그대로 전달되는 건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랑하는 마음에 선물을 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선물을 받았으니 나도 선물을 줘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물건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누구의 잘못은 아니다. 나이차가 꽤나 많이 나는 만큼 스마일님은 현실보다는 사랑에 더 마음을 두고 선물을 하지만, 남자분께서는 사랑보다는 현실에 더 마음이 가있는 상태로 선물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어른들이 '넌 아직 현실을 몰라'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며 점점 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방법


 받기 위해서 주는 게 아니라, 주고 싶어서 주는 선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일님께서는 편지에 '서로 용기 내 연애를 시작했다면 부담보다는 사랑을 보고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나이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서로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 선물도 내 마음과 함께 온전히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물을 마음과 함께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물에 왜 부담을 느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물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답례를 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무수히 경험해온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깨달음이 이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이 부담을 대화로 점차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을 했지만 상대방은 또 다르게 생각하고 내 행동을 판단한다. 단순한 인간관계도 어려운데 연애는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칼린 지브란도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했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라. 단순히 '선물이야'라고 선물을 주지 말고 왜 그 선물을 주게 됐는지 말을 하자. 아무리 오래된 연인이라도 서로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으레 짐작하여 선물을 주고 '내가 이렇게 생각해서 선물을 주는 걸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상대방이 '당연히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그랬는데 알아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답례를 바라는 선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임을 꾸준히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나 남자들은 선물을 받으면 답례로 다시 선물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기 때문에 알려줘야 한다. 답례를 바라는 선물이 아니라고. 나라고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남자들도 알아야 한다. 여자들이 선물을 주는 것은 사랑을 주는 것임을. 또한 답례로 물건이 아닌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노력에 의해서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것이 본인의 노력이든 상대방의 노력이든 간에.



 용기 내 고민을 보내주신 사이다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고민하고 글로 옮겨봤는데요. 조금이나마 고민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해드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간혹 너무 많이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서 선물 받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볍게 만나기를 원했거나, 이별을 생각하는 경우에도 선물 받는 게 부담스러워질 수 있어요. 물론 사이다님의 연애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께서도 이 글을 읽으실 수 있어 추가로 말씀드려봤습니다.


 사랑하기로 했다면 나이차 같은 거 신경 쓰지 마시고 즐겁게 사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