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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Mar 03. 2024

초등학교 상담교사가 되었다.

초등학교 상담교사가 편해 보인다고요?

 내 나이 30살. 재수 끝에 전문상담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교육학과를 전공하고, 국어교육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국어교사는 적성에 맞지 않아!' 라며 때려치운 지 6년 만의 경사다.


  솔직히, 20대 중반까지는 '상담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 못했다. 초, 중, 고 학창 시절 내내 상담선생님과 만난 적이 없으며, 주변에 상담교사로 재직하거나 준비 중인 지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잠시동안 일했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님께서 학교 전문상담사 자리를 알아보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요즘엔 초등학교에도 상담실이 다 있네?' 그렇게 나는 학교 안 상담실에 계약직 상담사로 첫발을 내디뎠고, 여러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과 아픔, 성장을 겪으며 자연스레 '전문상담교사'에 대한 꿈이 생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다시 학사로 심리학을 전공하고, 교육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배웠다. 빙빙 돌고 돌아 시작한 심리학 공부였고,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심리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임은 틀림없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했기에 이론공부가 곧 실습 현장으로 이어진 것 또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학생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때 배움의 열정이 더 불타오른다.


  물론, 아직도 나에게는 많은 현장경험과 상담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아이들의 마음은 정형화되지 않아서, 이론만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아이들 모두를 치유할 수 없다. 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 아이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또한 나 역시 상담사로서 소진을 겪은 적이 있으며,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에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상담하는 상담교사가 신경정신과에 다닌다는 소문이 날까 봐 괜히 두려워서, 남몰래 집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에 다닌 적도 있다.




  "초등학생들도 고민이 있어요?"

  "초등학생들은 무슨 상담을 해요?"


  내가 상담교사, 특히 '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제일 많이 듣는 두 가지 질문이다. 많은 분들이, 초등학생은 고민 없이 마냥 순수하고 밝으며, 설령 고민이 있더라도 중, 고등학생 또는 어른들보다 깊은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전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소개팅남에게 나의 직업을 이야기하자


"이야~ 완전 꿀 빠는 직업이네요?"


  라는 어이가 가출하는 개념 없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사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자녀가 학교 상담실에 다녀왔다고 하면 '우리 아이가 문제아인가?' 하고 가슴부터 철렁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 역시 학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는 침착함을 가장하지만, 속마음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상담실' 어쩌면 기성세대에게는 교무실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학교 상담실. 특히 '초등학교'상담실의 오해를 풀고자 이 글을 쓴다. 초등학생들도 나름의 고민과 사정이 있으며, 어린아이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으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더 깊은 상처나 아픔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어른들이나 할 법한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 이성문제, 미래관, 직업관, 열등감 등등. 아이들의 세상은 우리 어른들의 세상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이에 나는 초등학교 상담실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함께,  등학생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가지고 상담실에 오는지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한다.


  물론 가끔은 상담실에 들러서 편하게 안부인사를 나누거나, 상담이 아닌 하소연을 하러 오는 학생들도 있다. 상담실을 놀이방처럼 생각하는 아이들로 인해 한참을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기에 상담실을 편견 없이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곳'으로 여겨주어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너무 예쁜 것은 물론이고 내가 주는 믿음과 격려가 아이들에게 닿아가는 순간들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를 불태우는 일임은 분명 하나, 그만큼의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매일을 이겨내는 나의 원동력이다.


  이전에 상담교사로 몇십 년째 근무하신 선배님께서 "학교상담실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편하고 예쁜 장소가 되어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가장 예쁜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실이 학생들에게 최대한 따스하고 편안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애정을 담아 가꾼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학교 상담실에 대해 이해하고, 학교 상담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선입견이 담긴 눈이 아닌, 따스하고 다정한 눈으로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또한 이 중에 학교상담실을 이용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상담실의 문을 드린 당신의 용기 있는 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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