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냥 Mar 03. 2024

학교 상담실의 또 다른 이름 Wee클래스.

3월. 학생들에게 wee의 뜻을 물었다.

  학교 상담실의 또 다른 이름은 'Wee클래스'다. Wee클래스는 Wee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다. 그럼 이름도 거창한 Wee프로젝트는 뭘까. Wee프로젝트는 학생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단위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된 다중 안전망을 제공하는 통합지원 서비스다. Wee클래스는 그중 단위학교의 지원서비스라 생각하면 된다.


  만약 학교에 Wee클래스가 없다면, 교육청 내에 있는 Wee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아직 교내에 Wee클래스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들이 많으며, 설령 Wee클래스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상담교사나 전문상담사가 미배치 된 학교들이 많다.


  점점 다양한 아픔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더 많은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길 바라지만, 아쉽게도 작년 전문상담교사 임용고시 TO를 보면 향후 몇 년간은 전문상담교사가 많이 늘어나긴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나의 첫 발령지는 섬지역 교육지원청 소속 Wee센터였다, Wee센터에서는 보다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과의 통합연계 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교내 담당 선생님께 문의하여 교육청 Wee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천한다.




  매년 3월이 되면 각 반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Wee클래스 안내 및 홍보 활동을 한다. 학생들, 특히 1학년 신입생들에게 Wee클래스는 미지의 공간이자 궁금증으로 가득한 곳이다. 복도를 걷다가 'Wee클래스' 표시판을 본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긴 뭐 하는 곳이지?"하고 까치발을 들고 창문을 기웃거린다. 이런 학생들의 호기심과 눈높이에 맞춰 나 역시 나름 머리를 썼다.


  "여러분.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보건실에 가지요? 그럼 마음이 아플 땐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갑작스럽게 언급된 보건실엔 정말 죄송한 바이나, 학교생활에서 필수로 알아야 하는 보건실과의 비교설명만큼 저학년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건 없다.


  보건실=몸이 아플 때

  Wee클래스=마음이 아플 때


  믿기 어렵겠지만, 여러 시도 끝에 이 설명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와닿고 이해하기 쉬운 것임을 몸소 깨달았다. 이후 Wee클래스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과 비치된 보드게임 사진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Wee클래스는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단, 상담실 이용예절만큼은 단호하게 약속을 정한다. 이건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규칙과 단호함도 필요하다는 내 나름의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담실은 모든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제일 우선은 '그 시간에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 학생이다. 상담을 받는 학생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다른 학생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홍보의 마지막에는 학생들에게 'Wee'의 뜻을 묻는다. 사실, 정답을 맞히는 학생들은 없다. 담임선생님들도 Wee클래스의 정확한 뜻은 모르신다. 그러나 내가 늘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은, 학생들이 나의 Wee클래스 홍보활동으로 인해 학교 상담실에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서다.


   "마음을 치료하는 거요."

   "우리라는 뜻이요."

   "함께라는 뜻이요."

   "이야기하는 거요."

   "위로하는 거요."

   "토닥토닥하는 거요."


  실제 학생들의 답변을 보면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답들이 나온다! 사실 Wee의 뜻은 'We+Emotion+Education' 한마디로 학생들의 감정을 교육 내에 접목하여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나는 이런 뻔한 의미보다, 우리 학생들이 고민하고, 느끼고, 생각해 준 Wee의 뜻이 더 마음에 든다.


  3월이 지나면 나는 학생들에게 "위클쌤" "상담쌤"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Wee클래스가 마음을 치료하고, 학생들과 함께 나아가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힘내야겠다.

이전 01화 초등학교 상담교사가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