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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Apr 19. 2024

비행기에서 만난 짧은 인연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저녁 7시 40분.

전날 부지런하게 모바일 탑승권을 발권한 덕분에 여유롭게 앞에서 세 번째 칸으로 자리를 지정할 수 있었다.

3-3-3 구조였는데 짧은 거리는 창가 쪽을 선호하기에 제일 안 쪽으로 골랐다.

비행기 탑승시각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모이기 시작했고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내 자리에 착석했다.

한참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뒤이어 중년부부가 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아내분이 내 바로 옆 자리, 그러니까 가운데 자리에 앉으셨고 그 옆 통로 쪽은 남편분이 앉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할 때 남편분이 슬며시 아내분의 손을 잡아주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 순간 속 마음은 단순하게 '아내 분이 겁이 많으신가?'였다.

이미 하늘은 어둑해지고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아내분이 계속 내 쪽을 힐끔거리며 바깥 창문을 보고 계셨다

여행의 피로와 긴장감이 쌓인 나는 기내에 타자마자 안대를 끼고 잠을 청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와 면세품 판매가 끝나갈 때쯤 아내분은 앞에 놓인 면세품목 카탈로그를 꺼내 읽고 계셨다.

그 순간 비행기 내부의 조명을 조정한다는 안내 문구가 흘러나왔고 이내 깜깜해졌다.

어두웠지만 당황하신 게 너무 보여서 독서등을 켜 드리니 가볍게 눈인사로 고마움을 전하셨다.

카탈로그를 다 읽고 어떻게 꺼야 하나 싶으신 것 같아 눈치껏 조명을 또 꺼드렸더니 또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어느덧 잠이 달아난 나는 독서등을 켜고 가방을 열어 책을 펼쳤다.

그러자 옆에 계신 아내 분이 힐끔거리셨다.

괜히 내가 방해가 될까 싶어 책 한 페이지를 읽고 다시 불을 껐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곧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멘트가 나왔고 내부에 불이 밝게 켜졌다.

그러자 옆에 계신 아내분이 "어머 한국분이었어요? 아까 책 읽는 거 보니까 한국말이 쓰여있더라고.

나는 외국 분인 줄 알았어." 하셨다.

"아, 네." 어색한 눈웃음을 지으며 적당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점점 건물들과 서울의 야경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다 와감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유난히 예뻤던 날이었는데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내분의 손을 또 한 번 잡아주신 남편 분. 그 후로 기체가 흔들리며 인천공항에 다다랐을 때 착륙 직전 또 한 번 잡아주시는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지레짐작하는 걸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어떠한 것들.

'두 분은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면서 사시는구나.'

너무 보기 좋은 모습에 따뜻한 마음이 뭉근하게 오래 남았다.


뒤이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는 와중이었다.

그 후 들려온 아내 분의 한 마디로 인해 우리가 함께 앉아 온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배려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가씨 내 앞으로 나가게 비워둘게! 먼저 나가요!" 하시며 나를 끌어당겨 내보내듯 떠밀어주셨다.

의도치 않았던 순간의 눈치 덕에 나 또한 아내분께 배려를 받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괜히 흐뭇해졌다.


'친절'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막연하게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로부터 우린 서로에게 충분히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을 여행의 마지막 날 짧은 순간에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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