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50_김경민
나는 굉장히 잘 ‘챙겨먹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식탐을 부린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아침은 커피 한 잔(홀빈을 갈아)으로 시작하는데
16시간 공복을 유지해온 지 오래되었습니다(주로 앉아 있는 시간이 일과인 사람으로, 활동량이 많은 분들은 유지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음식을 허용하고
많은 양이 아닌, 소식小食으로 자주 먹습니다
삶은 콩류와 견과류, 우유 한 잔은 간식이고
점심은 주로 토마토나 계란, 두부, 닭 가슴살(그때그때 요리를 해서)을,
저녁도 되도록 5시 정도에 맞춰 먹는데 이때는,
약간의 탄수화물과 반찬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오후 4시 경에는 비트와 사과, 당근, 블루베리,
양배추 등을 착즙이 아닌 꿀과 함께 갈아 마십니다
나름 건강식을, 제철 야채나 과일로 먹고 있습니다
여건이 안 될 때에는 냉동 믹스 야채와 냉동 새우를,
그냥 한꺼번에 씻어서 올리브오일을 두릅니다(소금, 후추 조금)
오븐에 굽기만 하면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됩니다
또한 주 5일은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나는 식욕이 없다고 해서 절대로 굶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많은 정념이 육체에 가하는 폭력에 대한
나만의 ‘예의’이자 ‘존중’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폭력(피해)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자신에겐 최악의 가해자임을 알지 못합니다
육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육체는 ‘아껴’서 써야 합니다
육체는 나의 ‘노예’가 아닙니다
누구보다 ‘나’를 ‘대접’하며 살아야 합니다
신체는 종일 뇌와 감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생존의 필수 요건인 식사마저 제공받지 못하거나,
무익한 것들로 대체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병이 난(났)다는 것은,
스스로가 육체를 돌보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대소변이 아무렇지 않습니다만
자식은 부모의 바라지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식과 꾸준한 운동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입맛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생각이 많아서,
이와 같은 상념과 변명으로 끼니를 거르는 것은,
‘나’를 모시고 다니는 육체에게 가혹한 ‘형벌’입니다
아프고 슬픈 일도, 누군가를 추억하고 그(기)리는 일도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할 수 있는 하나의 축복입니다
그대의 실체는 이미지화 된 육체‘뿐’입니다
육체가 떠나버린 영혼은 더는 존재(기억)하지 않습니다
식사는 거르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