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소국과 봄 양귀비
정원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한다.
정원사만의 정원은 아니었을까.
수더분한 정원사의 삶에서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화려한 주황꽃.
주황빛 한두 송이가 정원사의 시선을 빼앗는다.
정원사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다채로움이었다.
준비 없이 만났으니, 더욱더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밖에.
향소국은 꽃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정착을 증명하는 한 해를 보냈다.
계속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본질의 힘을 조금씩 보여줬다.
꽃을 피우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살아냈다.
그리고 1년 뒤 가을, 향소국에 꽃망울이 맺혔다.
인생을 정원이라 상상해 본다.
이 정원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 나무가 있다.
어떤 구역은 무성하고 촘촘히 피어날 것이고
어떤 곳은 미처 손대지 않아 돌과 잡초투성일 수 있다.
황량한 곳이더라도 고요한 순간이 있고, 무성하더라도 번잡한 순간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의 잡초를 계속 뽑아내려 노력할지라도
정원은 정원사의 마음만큼 완벽해질 수 없다.
그리고 완벽한 정원을 원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자연이 만든 정원과 공존하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양이 같은 뜻밖의 방문자를 위해 작은 물그릇을 놓아둔다면,
우리는 기쁘게 인생의 길모퉁이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정원처럼 매일 조금씩 가꾸는 것이다.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