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by 인생정원사 선우

포옹

아주 작은 네가 커다란 수술침대 위에 너는 눈을 끔벅이며 누워있었단다. 매 순간 널 안을 수 있었는데 가장 안아줘야 할 그때는 안지 못했지. 마음이 아팠어. 작은 네가 수술을 받았어. 의사는 이렇게 간단한 수술이라 괜찮다고 했지.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지 70일도 채 되지 않은 너를 내 품에서 깨우지 못했어. 마취에 깨어 혼자 눈을 떴을 순간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하며 울었지. 다시는 아프지 말자, 우리 하며 병원 오지 말자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그래도 그 이후로 엄마는 너를 늘 꼭 안았단다.



사진

미안해, 요즘 엄마 스마트 폰 속에 네 동영상이 줄어들었어. 지금도 이쁠 때인데 왜 못 찍을까. 아주 오래전 대학병원 언어치료실 위 소파에 앉아 있는 네 사진을 보면 정말 작은 아기인데, 그 예쁜 순간을 어느 순간부터 영상으로 남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네가 다르다는 걸 영상을 보면 알 것만 같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미안해. 네 예쁜 기억을 더 많이 남겨주지 못해서. 고백하자면 어린 시절 네 사진을 보면 엄마 아기 때랑 꼭 닮았어. 30여 년의 시간을 넘어선 쌍둥이처럼 넌 누가 봐도 내 아이야. 사랑한다.



짝꿍

정원아, 10살의 너도 사랑스러워. 엄마 눈에는 여전히 예쁜 아가야. 네 운동화 사이즈는 230, 엄마는 240. 다리도 쑥 길어졌네. 지난가을에 사둔 바지는 발목이 훌쩍 나오네. 이번 겨울 정원이가 키가 많이 크나 봐. 이제 한품에 안기에는 조금 자란 너. 엄마랑 마주하고 씩 웃는 미소엔 아기향이 묻어있는데. 몸은 쑥 자랐구나. 요즘 고집부리며 앙 다문 입, 장난치려고 반짝이는 눈빛, 엄마 무릎엔 앉지 않겠다며 밀어내기도 하지. 이제 혼자 잔다고 하면서도 저녁 내내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는 너. 네 눈썹의 작은 찡그림만 보아도 엄마는 마음이 손에 잡히듯 읽히기도 해. 어쩌면 너도 그런 게 아닐까. 기분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엄마 기분이 좋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거든. 엄마가 조금 더 씩씩해져 볼게.


연습

정원아 그런데, 위험한 것은 혼자 집밖으로 나가는 거야. 엄마는 사실 네 손을 꼭 붙잡을 수밖에 없어. 갑작스러운 이별은 무서운 것 같아. 조금씩 조금씩 네 손을 놓고 믿는 연습을 하지만 말이야. 네 마리 속에 “나가요”, “싫어요”가 가득 찰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그래서 최대한 의사소통을 조금씩 더, 대응적으로 조절해 가면서 지켜보고 바라보려고 해. 얼어붙은 네 얼굴이 일주일 만에 조금은 편해졌네. 적절한 지연, 그리고 칭찬과 반응으로 한 주를 보냈어. 세상일은 힘으로 해결할 순 없단다. 규칙을 이해하고 지키는 것은 네 선택의 폭을 넓혀주니까. 정원이, 우리 이제 같이 살아가는 법을 연습해 볼까?






새벽

새벽 세시에 오랜만에 깬 정원이. 애교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힐끔 본다. 자그맣게 만화를 틀어두고 샤브작 놀다가 4시쯤 총총 부엌에 가 식판을 꺼낸다. 이른 저녁을 먹고 출출해서 일어났는지. 결국 밥을 꺼내고 주섬주섬 반찬도 꺼내주니 아이는 한 그릇 뚝딱 먹는다. 따뜻한 거실에 정원이 옆에 누워 아이를 지켜본다. 내 옆으로 와서 잠시 누워 뒹굴거리다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간다. 어느새 잠들어 있다. 새벽 5시. 별일이 있던 날의 별일 없는 조용한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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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수만큼 자폐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각기 다른 빛의 스펙트럼만큼 다채로운

우리의 이야기가 더 멀리 더 깊이 닿길 소망하며,

2026년 2월 정원사 선우 璇雨 올림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