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행운을 만든다
‘여유가 행운을 만든다’ 근 1년간 엄마에게 매주 듣는 소리입니다. 매주 주말에는 집에 갔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야 하는데, 학교에 오려면 집 앞에서 버스 타고, 전철 타고, ktx 타고 와야 하거든요. 전철은 길어도 10분에 한 대씩은 있는데, 문제는 ktx에요. 가격도 비싼 놈인 데다가, 하루에 하행선 네 대, 상행선 네 대 밖에 다니질 않거든요. 지방으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나를 후회해야 하는 것일까요, 매주 집에 오겠다는 나를 후회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그 힘듦 속에 행복이 있기에 힘들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각설하고, 그 ktx를 타기 위해서는 집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시간에 맞춰 잘 타야 합니다. 문제는 보통 16시 기차를 타는 데, 역까지 2시간이 걸림에도, 13-14시 사이에 버스는 두 대 뿐이라는 겁니다. 13시 10분에 오는 버스를 타면, 15시에 역에 도착하게 되고, 13시 55분에 오는 버스를 타면 16시에 도착하게 됩니다. 서울로 나가는 가장 빠른(한 번에 가는) 버스는 그것뿐입니다… 그리하여 종종 16시에 빠듯하게 도착하긴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일찍 집에서 나가, ktx를 기다리며 혼자 보내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플랫폼에 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다 보면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에스컬레이터만 보면 흥분해서 오르내리자는 아기, 그 아기와 대치하는 힘이 빠진 엄마, 할머니랑 기둥 뒤에 숨어 술래잡기하는 아기,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의 부모,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부터 다양한 신발을 신은 사람, 겨울인지 여름인지 계절을 알 수 없는 복장을 입은 사람들, 심지어는 간간이 보이는 장애인들까지. 저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빈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세상을 구경합니다. 아직 식견이 모자라 어떤 옷들이 유행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옷이 어울리겠구나, 어떤 자세로 걸어야 당당하게 보이는구나, 저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 저런 상황에 저렇게 대처할 수도 있구나, 저런 미소는 참 아름답구나, 같은 것들을 연구합니다.
민들레도 한 자리에서 다양한 꽃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바람을 타고 훌쩍 떠나버리지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민들레는, 한 자리에서 계속 사람들이 지켜보다가 사람들의 옷깃에 묻어 상당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바람을 타고 그 근처 양지바른 곳이 아닌, 어떠한 씨앗들은 참 다양한 곳으로 가, 아주 먼 곳까지, 어쩌면 바다 건너까지 여행을 한 후에 정착합니다.
식견을 넓히는 것이 세계를 넓히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보통은 경험을 직접 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식견을 넓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경험을 풀기 위해, 제삼자의 시선으로 저를 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제가 글을 쓰기 위해선 여유가 필요합니다. 전 글쟁이가 아니기에, 여유가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 매일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경험이 되어, 사고의 확장을 일으킬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합니다. 혹자는 저보고 ‘글을 쓰고 있는데 왜 글쟁이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제가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기보다는 아직은 ‘글을 읽는’ 반쪽짜리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제 경험을 전달하기에는 아직 얼마 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여기에 와 있는 것이겠지요. 조금씩 저의 이야기를 풀지만, 아직은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기에, 여유를 가지고, 어떤 사람의 옷에 붙어 세상을 확장시킬까 연구하는 중입니다.
우리 엄마는 여유가 행운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고개를 드니,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고, 다양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유가 행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오는 행복을 찾은 내가, 그 행운을 만드는 것입니다. 왕이 사찰을 나오듯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자신이 몰랐던, 혹은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의 부족함을 발견할 수도, 의외의 장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여유만을 가진다고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여유 속에서, 내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나의 행복이 될 만한 것을 찾아야, 비로소 행운은 나의 손에 잡힙니다.
오늘은 펑펑 함박눈이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눈 덕분에 세상 재미있게 웃어도 보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도 쌓았습니다. 꽃이 겨울에는 져도, 여름에는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인생은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겨울에도 눈꽃은 피어오르고, 봄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오르죠. 하루에 계획된 일이 조금은 틀어지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행복을 찾다 보면, 보다 편한 마음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은 눈이라는 매개가 저에게 여유를 선물한 것 같습니다. 그 여유가, 제 인생에서 작은 추억을 하나 심어주고, 그 추억으로 저는 행복을 벌었습니다. 그 행복이, 행운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벌써 들어, 제게 다시 행복을 쥐어줍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따뜻한 음료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규칙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때론 커다란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바쁘더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 따뜻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하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다면, 이 글을 읽은 바로 지금, 잠시 미소를 머금어 보심은 어떨까요? 그 조차도 마음에 여유를 줄 수 있는 행동이기에, 반드시 여러분 손에 행운이 들어올 것입니다.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