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운명이잖아요
아마 나는 부모에게 뛰어난 외모를 물려받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여자 사람 치고는 큰 키를 물려받기는 했다. 그래도 오죽하면 내 동생들이 나보다 더 잘나 보일까. 동생들은 종종 말한다. 최근 엄마 생일자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보자면,
“너 정도면 우리나라 상위 50%야”
“진짜? 그럼 엥간 봐줄 만하다는 거네?”
“뭔 개소리야 ㅋㅋㅋ 남자가 절반이니 50%는 빼야지”
“뭐야!!! 결국 여자 중에 최하위 하는 거잖아!!!!”
“아니 근데 저 정도면 여자들 중에서도 절반은 가지 않음? 연예인 빼고?” 막냇동생이 편들어준다는 것처럼 말한다.
“아~그러면 상위 70%라고 하자~ 근데 얘가 니네 반 도둑년보다 낫지 않냐?”
“걔는 돼지 같아도 이목구비는 쟤보다 커”
참.. 동생들이 적나라하게 나를 깐다는 건, 동생이니까 그러려니 하면서도 언젠가는 쟤들에게 인정받으리라는 도전정신을 들끓게 만든다. 종종 저런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렇게 나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그렇게 똑똑한 머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잔머리와 감은 물려받은 탓인지 주위에서는 나름 똑똑하게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쪽지시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부 안 하고 갔지만, 공부를 안 했다고 하더라도 ‘에이~ 언니는 못 믿어’라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 존재.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이미지인가 보다.
첫인상 말하기를 하면 항상 나오는 ‘선생님’. 나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있고 부드럽지만 강한, FM 스러운 그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에 든다.
나는 왜 공부를 안 했을까. 태어나서 한 번도 불태워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수능마저 미친 듯 공부해 본 적이 없고, 중학교 때의 수행평가도, 그 흔해빠진 연애마저도, 미친 듯 몰입해서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이 내 인생에서는 드물다.
아마 잔머리와 감은 있어 한번 하면 진짜 잘할 것 같지만, 샛노란 민들레가 하얀 씨를 퍼뜨릴 줄 몰랐던 것처럼 해보지 않고서야 모를 일이다.
어차피 한평생 사는 건데, 일단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자. 키는 줄일 수 없으니 더 당당하고 체중 관리 하면서 몸매를 만드는 쪽으로 가고, 뭔갈 물려받은 것 같아 보이는 이 머리는 최대한 사용해서 똑똑해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똑똑해져 보려고 한다.
이것이, 이렇게 태어난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그 운명 안에서 나는 멋지게 살아보려 한다. 타로를 보든, 사주를 보든 배우자는 좋은 사람 만날 것이라고는 하니, 결혼은 한다 소리겠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 것으로 알고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갈고닦아야지.
건강하게 운동하면서 몸 관리하고, 거울 볼 때마다 내 기분 좋으라고 스켄케어도 하고 화장도 하고, 좋은 사람을 구별하고 많은 대화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내가 선택한 길에 집중하기 위해 나의 끔을 향해 열심히 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결국 좋은 인생을 살다 갈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의 길은 인간마다 참 다양한 것 같다. 그래도 이왕 성공을 해야 한다면, 나는 내가 즐기고 재미있어할 만한 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 성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거두는 것. 내가 뿌린 수십 개, 어쩌면 수 백 개의 씨앗에서 꽃을 피우는 씨앗을 솎아내는 것.
타인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내가 내 삶을 산다는데. 피해 안 주고 낭만과 행복을 찾아서 살 거라는데.
그래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속으로라도 당당히 외치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제 인생 관여 할 시간도 있으신가 봐요.
그래봤자 저는 제 인생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