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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OCO Mar 12. 2024

아들과 함께 대만 한 바퀴(6)

투어 넷째 날 - 120Km 장거리 라이딩 (D + 3)

넷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니다.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났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났다. 단체 투어에서는 본인의 컨디션은 본인이 잘 조절해야 한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뜨거운 물로 달군다. 어제 빨아놓은 자전거 옷이 잘 말랐는지 체크해 보니 역시나 엉덩이 부분이 살 짤 덜 말랐다. 자전거 옷이 기능성이어서 다른 부분은 빨아놓으면 금방 잘 마르는데, 엉덩이 부분에는 패드가 있어서 신경 써서 말려줘야 한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자전거 옷 세탁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방문하는 호텔 모두에 세탁기가 있었고 가끔 건조기까지 완비되어 있기도 했다. 코인을 넣어야 작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세탁기가 보통 두세 대 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줄을 서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리거나 세탁을 못 할 수도 있다.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땀으로 인해 매일 옷을 빨아야 한다. 호텔에 도착하면 우선 세탁기를 노려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 '빠름'을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 매번 호텔에 도착하면 아들과 나는 일사불란하게 옷을 갈아입고 세탁기를 향해 돌진했다. 그 결과 9일 여정에서 매번 세탁 순번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대만사람들이 나중에는 놀라서 물어보기도 했다.

"어떻게 매번 그렇게 빠르게 세탁을 할 수 있나요?"

어젯밤에는 건조기가 없었기에 타월 안에 넣고 밟는 방법으로 대충 건조하고 널어놨더니 엉덩이 부분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았다.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엉덩이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근육의 통증은 버티면 되지만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힘들다. 특히 패드 부분을 잘 건조하지 않을 경우 물기로 인해 엉덩이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드라이기를 사용해 엉덩이 패드를 정성스럽게 건조한다.

아들은 피곤했는지 드라이기 소리를 들으면서도 잘 잔다. 무릎에 파스도 바르고 무릎보호대까지 착용한다. 무릎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자전거로 망가진 무릎은 자전거로 고쳐야 한다. 몸에 정확히 맞추지 않은 자전거를 장시간 타게 되면 무릎이 망가진다. 하지만 정확히 피팅된 자전거를 타게 되면 무릎 재활에 도움이 된다.

아들을 깨워 우리의 유일한 희망 호텔 뷔페로 향한다. 잔뜩 기대하고 왔건만, 오늘 아침은 꽝이다. 중국식이 대부분이었다. 향기가 강해 제대로 아침을 못 먹었다. 유일한 희망이었건만, 그마저 무너졌다. 대충 빵 몇 개 집어먹고 로비로 향했다. 아침체조를 마치고 오늘의 일정을 브리핑받았다. 언제나처럼 중국어로 브리핑을 했지만, 샤론이 나와 아들을 위해 보드에 영어를 추가로 써주어서 대충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장거리다. 찌아이를 출발해서 가오슝 까지 121Km의 거리다. 지금껏  평균 90Km 정도를 탔었는데 오늘은 무려 30Km가 늘어났다. 대부분 평지코스여서 거리를 늘린 것 같은데, 계속 말하지만 전기자전거에게는 더 불리하다. 평지에서 전기로 치고 달리는 것은 상당히 불리하다. 오늘도 후방에서 천천히 따라가야 할 것 같다.

가오슝은 대만 남부의 도시로 대만의 2대 도시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흡사하다. 큰 항구와 잘 정비된 시내가 멋진 도시이다. 이제 제법 남쪽으로 많이 내려왔기에 더위를 걱정해야 한다. 한낮의 햇살은 동남아의 그것과 흡사했다. 얼굴과 목 뒤, 손가락등 노출될 수 있는 곳에 최대한 꼼꼼하게 선크림을 바르고 두건까지 뒤집어쓴다.

한참을 달려 Houbi Train Station에 도착했다. 옛 철도역을 재단장해서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쉼터로 운영 중인 곳이다. 휴식을 취하고 단체사진도 찍으면서 근처의 멋진 경치를 감상했다.

아침은 꽝이었지만 점심의 의외로 괜찮았다. 해안도시여서 그런지 해산물 위주의 식사가 나왔다.. 어묵과 국수 등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먹을만한 식사가 제공되었다. 

가오슝에 가까워지면서 해안도로를 달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가오슝 시내통과이다. 숙소가 시내 한복판에 있다 보니 가오슝 시내를 관통해야 했다. 가오슝 시내는 타이베이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았다. 장거리를 달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앞에서 달리던 라이더가 넘어졌다.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자전거가 참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열심히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의 숙소는 가오슝 시내에 위치한 Chateau de Chine 호텔이다. 오늘도 재빨리 빨랫거리를 챙겨서 세탁기 1번 타이틀을 차지한다.

저녁은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단체로 했다. 오늘은 점심이 괜찮았는데, 저녁도 괜찮았다.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은 자숙 새우와 볶음밥이 있었다. 매번 아무런 양념 없이 주면 얼마나 좋을지 바라본다. 그럭저럭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빠르게 배를 채우고 호텔룸으로 향했다. 식사하는 사이 빨래도 완료되어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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