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1일차: 수업신청 이유
내가 질문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
1일차:
내가 질문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약속한 대로 새벽 6시에 메일로 질문이 도착했다. 답변은 경어체로 쓰기로 했다. 요즘 서점에 나오는 글들을 보면 담백하고 간결한 글들이 많은데 그런 문체로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쓰게 되어 이번에는 조금 격식을 차리기로 했다.
이쁘게 말하면 내 마음도 둥글둥글해지는 기분, 선한 사람이 되는 것 같으니까.
질문 1: 내가 질문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 아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 나는 스스로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이,
1) 뛰어난 수준이다
2)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다
3) 좀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제가 질문 글쓰기 클래스를 신청한 이유는 1)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2) 더 즐겁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1)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20대의 마지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집에 머물러야 할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제 자신과 앞으로 남은 제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말이 고민이지 약간은 멍한 상태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뭘까’, ‘내가 원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닌데’와 같은 상투적인 독백이나 허공에 던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괜히 옛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내가 선택한 대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확신과 기대를 갖고 나름 쉴 새 없이 달렸습니다. 취업이 보장된다던 간호학과를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자퇴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꿈에 부풀어 대학생활 내내 단체 활동과 공모전에 참여하고, 더 큰 꿈을 꾸며 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고시촌에서 공부하다 준비했던 돈이 모두 떨어져 낙방 이후 바로 복학했습니다. 복학한 후에는 남들보다 출발선이 늦었다는 생각에에, 시험에 떨어진 슬픔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비교적 탄탄한 기업에 들어가 나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선생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불편하시다면 말씀 주세요),
문득 정신 차려보니 제 20대가 끝나갑니다. 결과 없이 오로지 준비만 했던, 기대만 가득 찼던 저의 20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제 10년이 이렇게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너무 지쳤나 봅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달려온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어 질문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저는 남들 눈치 보며, 가족들 신경쓰며 제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챙긴다는 것이 이기적인 생각 또는 배부른 소리 같아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습니다. 늦게나마 이제야 뒤를 돌아보니 제가 지나온 길들이 너무 외로워만 보입니다. 길 가장자리에 슬픔이 서려있습니다. 멀리 떠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이 나와 대화하고 싶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2) 더 즐겁게 살고 싶기 때문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지금보다 더 즐겁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게 산다, 행복하게 살자, 행복이 최고다!’
요즘엔 재미 보다는 행복한 삶이라는 키워드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물론 크게 보면 행복이라는 범위 안에 재미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말은 너무 추상적이기에 확 와 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느끼기에 행복이란 말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와 기준이 천양지차고, 완벽히 이해하기엔 뜬 구름 잡는 소리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답을 내릴 수 없기에 일상 속에서 그리 깊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행복이란 그 넓은 울타리 안에 즐거움, 뿌듯함, 공감 등 다양한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이라는 뭔가 거대한 실체를 바로 느끼기 보다는 그것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들에 대해 하나씩 집중하며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제가 요즘에 초점을 맞추는 가치는 '즐거움'입니다.
'어제 보다는 즐거운 삶'
'많이 웃을 수 있는 오늘 하루'
조금 더 하루를 즐겁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던 중 고등학생 때 제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느낀 평안함과 안정감이 떠올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안 쓴지는 오래 되었으나, 다시 한 번 그 때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 신청했습니다. '돈(프로그램 등록비)', '약속(답변을 내야만 그 다음 질문이 오는 시스템)'이라는 경보장치를 달아 강제로라도 글을 써보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 나는 스스로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좀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시적으로 보기보다 미시적인 것들에 더 비중을 두고 자세히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 안에 놓인 어떤 것을 보고 있다는 인식보다는 디테일한 작은 부분을 곧 또 다른 전체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곤 하는데, 이러한 습관이 종합적으로 사물과 환경을 바라보는 것을 가끔 어렵게 합니다. 종합적인 사고방식을 얻기 위해선 학습과 훈련, 습관화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경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질문글쓰기 수업을 통해 종합적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알기 어렵다는 나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다른 대상도 이전보다는 종합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