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넓혀주는 질문을 받았더라면..

by 라텔씨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린 시절 어른들의 이 질문을 들으면

저의 대답은 '엔지니어요.'였습니다.

단지 문구점에서 파는 조립 키트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죠.


이 대답은 초등학교(저 때는 국민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변하지 않았었습니다.


저에게 무언가를 만드는 게 계속 꿈이었기 때문일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아이의 상상력은 스스로 한계를 규정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 아이는 가난했습니다.

그 아이의 집이 가난했죠.

그리고 그 가난이라는 존재는 아이로 하여금 너무 어려서부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손재주가 좋은 사람에게 적합하고,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일이 많은지 알지 못한 채,

스스로를 좁디좁은 세상 속에 머무르게 만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그때의 사회는 성실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습니다.

학교에 빠지는 것은 물론, 지각하는 것조차 쉽게 용납되지 않았죠.


옆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어느 날 식은땀을 흘리며 아파했는데, 학교를 마치고 힘겹게 병원을 갔더니 맹장이 터진 상태였던 적이 있습니다.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아팠을 텐데, 참고 온 게 신기하다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더군요.


그 정도 고통으로는 조퇴도 하지 않는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 개근상이었고, 그 시대의 기본이자 미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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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사회는 열심히 일을 하면 어떻게든 살아지는 시대였습니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많지 않아서 내가 사는 동네 바깥에 얼마나 다양하고 더 큰 세상이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죠.


보고 들을 수 있는 직업은 손에 꼽았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습니다.


꿈보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시대.

열심히 일을 하면 먹고살 수는 있었던 시대.

성실함을 최고 미덕으로 여겼던 시대.


이 시대의 특징이 저로 하여금 꿈을 찾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지 않고 자라면서도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며 성실하게 공부만 하면 됐고,

세상은 저를 칭찬하고, 계속해서 그렇게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대학에 가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수능 점수만 높게 나오면 된다고, 어른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얘기해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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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 때 가장 즐거워?"

"커서 너의 대부분의 시간을 어떤 걸 하며 채우고 싶어?"


이 질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답을 구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덜 멀리 돌아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대의 어른들의 신념이,

다음 시대의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지은 셈이죠.


물론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어른들도 시대의 흐름을 더 깊게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잘합니다.


요즘에는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인식보다,

인생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어른도 많아졌죠.


집단 지성의 향상이 더 나은 미래로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으려고 노력을 해도 좋은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기대수명은 높아져가고, 세상은 급변했습니다.


과거에 어른들이 옳다고 말하던 길이 아닌,

훨씬 다양하고 아직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이 생겨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길이 눈앞에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데도,

내가 해본 적 없는 일이라서,

가본 적 없는 길이라서 한 걸음 내딛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쓰는 책은 그런 분들을 위한 책이 될 겁니다.

망설임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 한 줄 코멘트.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장래희망이 뭐니?"라는 질문보다, "너는 너의 대부분의 시간을 뭐를 하며 보내면 행복할 거 같니?"라고 질문해 주세요. 아이들의 세계를 한정 짓는 답보다,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는 답을 하는 질문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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