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 시는 몇 년 전 여행 갔던 제주도 동백꽃 수목원의 화려하고 붉은 꽃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에도 발치에도 짙은 생명을 가진 선명한 색의 꽃들이 가득했다. 동백나무들 사이사이를 걸으며 한겨울의 사치를 만끽했다.
나무의 꽃, 떨어져 누운 꽃 서로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무언가 울컥, 툭툭 나를 건드린다. 매달려있는 꽃은 떨어진 꽃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떠올렸을까? 떨어진 꽃은 나무의 꽃을 올려다보며 예전의 자신을 추억했을까?
사람도 그렇게 위치가 자리가 자꾸 바뀌어간다.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고 경력이 늘어남에 따라서이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이기도 하다.
결국은 나무 위든 차가운 바닥이든 결국 모두가 다 꽃의 자리이다. 흐르는 것,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자. 인생의 파도를 올라타자.
땅의 꽃은 나무의 꽃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느끼며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느긋한 눈으로 겨울의 동백을 바라볼 것이다. 더 이상 어떤 회환도 없이 시들어가는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