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또다시 이사

특수한 상황에 있는 새 임차인과 중간에 열받게 하는 부동산

by 세니seny

그날 저녁.


대뜸 9시에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전화다.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보니까 부동산 중개인의 핸드폰 번호가 뜬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는 건 무슨 일이냐고. 설마 계약 깨진 거냐고.


전화를 받았더니 실장 아주머니 왈, 본인이 바빠서 늦게 전화했다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집주인이 왜 가계약금 안 들어오냐고 먼저 물어봐서 확인을 해보니...


이 집에 들어오는 게 신혼부부인 거 같은데 부인이 국민은행을 다니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대출한도가 ㅇ억이라 꼭 ㅇ억으로 계약한다고 해서 집주인도 보증금을 낮추는데 동의해서 그렇게 계약하기로 구두로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계약금이 안 들어왔길래 전화해 보니까...


등기부등본에 내가 전세권 설정을 해놔서 내부 진행이 안된다고 했다. 이게 뭔 소리여. 아니, 나도 돈 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전세권 설정 해놓은 거잖아. 그랬더니 이게 일반 대출이 아니라 국민은행에서 직원들에게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보증금 지원(?) 같은 거라 그쪽 내규 상 개인이 전세권 설정을 해놓은 물건은 진행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계약을 깰 순 없잖아. 세입자가 들어와야 내가 돈을 받는데.


이 상황에서 제일 아쉬운 사람은 누구? 정답은 나다, 나. 그래서 잔금 받기 전에 전세권 해제를 해주면 그 상태로 심사를 넣어서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그래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 줄 수 없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였다. 진짜 노답이다.


나는 나를 믿지만 다른 사람은 안 믿는다. 나라면 돈을 꼭 돌려주겠지만 요즘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 아닌가? 확실한 게 좋지. 일단 시간도 늦었고 나도 이 상황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어서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한다고 했다.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옵션이 나뉜다.


1. 배짱부리고 잔금 받기 전까지 전세권 설정 해제를 안 해준다.

=> 다른 세입자가 있으면 모를까 지금은 나도 돈을 빨리 받아야 이 관계가 끝난다. 그래서 이 옵션을 선택하면 나만 손해다.


2. 말한 대로 해 주는데 대신 특약에 한 줄 넣어달라고 한다.

=> 내 의지에 의해서 해제하는 게 아니라 새 임대인 요청에 의해하는 것이니까 잔금은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치르도록 한다,라고.


3. 내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특약에 못 넣는다고 하면 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한다.

=> 이후에 문제가 생길 시 내용증명에 기재한 대로 임차권 등기명령을 진행한다고 한다. 원래는 전세권 해제 안 했으면 이론 상 경매에 부쳐버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권 설정을 한 건데 이런 경우 아무런 소용이 없어져 버린다.


1,2,3번을 고민하다 2번을 먼저 제안하고 안되면 3번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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