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또다시 이사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약 조건을 넣자

by 세니seny

그리고 다음날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이 부동산 중개인 아주머니 특징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한테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출근길에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다. '국민은행 복지 전세금 지원'같은 식으로 찾아보니 은행에서 복지 차원으로 전세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긴 있나 보다.


그런데 그 금액이 너무 적다 보니 그 돈 가지고는 웬만한 아파트는 들어갈 수 없어서 직원들이 본인 돈을 추가로 내서라도 하겠다고 하는데도 그건 안 돼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국민은행에 다니는 직원 본인 자금 2억과 은행(회사) 지원금 2억까지 해서 4억까지로 지원한도를 증액한다는 글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국민은행 다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후기는 없는지 찾아봤다. 그런데 내가 검색어를 잘못 넣어서 그런 건지 자기들끼리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굳이 혜택을 받아도 안 올리는 건지 아무리 블로그 포스팅을 뒤져봐도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은행입장에선 직원들 복지차원으로 제공하는 거라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내 돈 가지고 돈 놀이하네?로 읽힐 수 있으니 굳이 그런 글을 안 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왜 자꾸 ㅇ억 집만 된다고 우기나 봤더니 본인 자금은 전혀 쓰지 않고 회사 지원금 한도에 딱 맞는 집만 찾던 중이었던 거다. 안 그래도 나랑 똑같은 평수의 매물 중에 상태가 안 좋은 집이 같은 가격에 나온 게 있어서 그거라도 계약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층이긴 해도 상태가 훨씬 좋은, 내가 지금 사는 집이 2천만 원이 비쌌는데 내가 ㅈㄹ해서 계약이 급한 상황이 되니까 여태 한 번도 쿨하지 않았던 집주인이 쿨하게 2천을 깎아주면서 그들이 원하는 금액에 맞춰진 거다.


새로 들어온 임대인은 손해를 하나도 안 보네. 나도 젊은 애들에 속하는... 아니지, 나도 이제 중년인 건가? 얘들 왜 이렇게 얄밉지? 본인이 직접 대출받거나 자기들이 모은 돈으로 집 구하는 거면 잔금도 안 받고 전세권 설정 해제 미리하는 그런 일도 없을 거잖아. 존나 어부지리 지리네. 참자. 그러든 말든 나는 내 돈만 받으면 된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특약 얘길 꺼냈더니 '당연히 넣어주죠~' 하면서 코웃음 치는 부동산 아주머니. 아니, 그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 되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어렵나? 어제저녁에 전화로 상황 설명하면서 특약 넣으면 된다고 바로 말해줬으면 내가 그 자리에서 오케이 했을 거다.


그러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해제했으면 특약에도 안 넣어주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어? 중간에 있는... 아니다 중간도 아니다. 중간인 척 하지만 내 편의나 사정은 1도 생각하지 않는 부동산 아줌마가 제일 빡친다.


나한테 자꾸 설명하려 들길래 참다 참다 중간에 말 끊고 이러다 나만 낙동강 오리알되니 특약 넣어주고 잔금 꼭 제 날짜에 주시라, 그리고 제가 상황이 이렇게 돼서 미리 전세권 해제는 진행하겠지만 나중에 나 때문에 해제 늦게 해서 돈 못준다 이런 소리 듣기 싫으니 문제없도록 정확히 언제 전세권 설정을 해제해줘야 하는지 날짜 확인해서 알려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새 세입자

1. 보증금 2천만 원 아꼈네? 내 돈 하나도 안 쓰고 회사 돈으로 집 구하네?
2. 심지어 같은 가격에 컨디션도 더 좋은 집이네?
3. 잔금도 안 받았는데 전세권 해제 알아서 해주네?
4. 잔금일자도 나한테 다 맞춰주네?

결론) 개꿀 개꿀 개꿀 개꿀.
*임대인

1. 아이고~ 내 돈 대출 안 받아서 좋고(대출이자 안 나감)
2. 전세권 설정해 놓고 내용증명 보내겠다고 바득 거리고 있는 전 세입자도 한꺼번에 퇴출하네?
(단, 본인이 중간에 과하게 욕심부리느라 보증금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놓치긴 했음. 하지만 이번 계약도 내가 갱신청구권 쓰고 사는 거보다 조금 더 번다^^)

결론) 개꿀 개꿀.
*나 (현 세입자이자 곧 전 세입자 될 예정)

1. 5월 말이 전세계약 종료일인데 그때까지 잔금 못 받고 6월 중순에 받을 예정. 내 돈이 약 1달간 더 묶이게 되었다. 이런 경우 내 자금에 대한 이자는 누가 책임지나요?
2. 평일/주말 가릴 거 없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20팀 가량 보여줌 (ㅈㄴ 스트레스)
3. 초기에 어떤 XX(남자)는 혼자 와서 집보고 가서 다음날 부동산도 없이 달랑 여친 데리고 와서 집 보여주면 안 돼요? 시전한 개쓰레기 같은 에피소드 생성
4. 전세금 못 받을 상황을 고려해 내용증명 발송, 임차권 등기명령 심하게는 소송까지 생각하느라 해당 절차 찾아보느라 혼자 스트레스받음
5. 계약 직전까지도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되고 나한테 전세권 설정을 해제하라는 둥 개 같은 상황이 벌어졌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지 같은 상황

결론) 화병 날 지경. 화를 가라앉히는 중.


여기서 제일 손해 보는 건 누구?

자꾸 워너원의 그 노래가 떠오른다.
나야 나, 나야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 : 집 산다.
내가 기필코 사고 만다.


부동산 구매동기 강력하게 부추겨 줘서 아주 고오오오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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