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전 Feb 27. 2024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

“언제가 가장 후회가 되세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되돌아갈 것인가요?”


살다 보면 후회스러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후회스러운 순간’을 넘어 과거로 되돌아가서 모든 순간을 다시 맞이하고 싶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10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큰 슬픔을 겪기 전인 19살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후회스러운 순간들을 고치고 싶었다.


# 현재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

과거가 그립고 후회가 되는 이유는 현재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에 살고 있는 내가,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가 과거보다 행복하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을 것이다.

출처 - alamyimages.fr

현재가 다시 과거가 되었을 때, 후회스러운 현재마저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되지 않도록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현재가 과거보다 행복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지난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더욱 의미 있고 보람차게 살아가지 않았다.


# 네가 태어난 후에

우리의 가정이 생기고, 우리의 결실인 아이가 태어났다. 결혼을 해도 내 삶에 변화가 생겼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내 삶이 전과 같을 수 없음을 느끼고 있다.

삶의 중심이 가족과 아이가 되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었다. 앞으로 가지고 싶었던 기회들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기분에 따라 어디든 갑자기 떠날 수 있었다.

주말엔 늘어지게 있을 수 있었다.

사고 싶은 것들을 고민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을 하기 힘들다.


# 너는 겨울에 피는 꽃이라

그래도 나는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을 더해도 우리 아가의 미소와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그 미소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거로 돌아가기 두렵다.

과거로 가서 다시 아이가 생긴다 한들 지금 우리 아가가 아닐 거란 생각에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칭얼거리고 울면서 엄마 아빠의 기운을 쏙 빼놓지만,

가끔 보여주는 미소에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겨울에 피는 꽃 같은 그 미소가 내 마음에 항상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전 06화 아픈 아기가 나를 보며 웃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