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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21. 2017

'살충제 달걀' 그런데…

유난함이, 잘

어쩌면 달걀을 좋아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1인 가구의 필수 식품이라는 달걀. 고작 6개를 사서 4개를 썩혀 버린 적이 있다. 실온에 방치했던 게 아니다.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다. 집에서 식사를 안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달걀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한동안 먹지 않았을 뿐이다. 큰맘 먹고 뭔가 해보려 했을 땐, 이미 흰자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콤콤한 냄새는 덤.

달걀에서 유독 성분이 나왔다는 뉴스에도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일지 모른다. 하지만 찾아 먹지 않을 뿐. 계란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즐겨 먹지 않는다'와 '안 먹는다'는 동의어가 아니므로.

나는 이토록 태연하지만, 달걀이 들어간 음식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세상은 들썩인다. 안전하지 않은 음식에 대한 어마무시한 공포.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니 덩달아 불안감이 드는 건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여전히 어리둥절이다.

그렇다. 달걀이라서 덤덤한 게 아니다. 음식물 논란이 벌어질 때면 늘,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거 좀 먹으면 어때서'라는 타박의 문장이 혀끝에 맺힌다.


가족 중에 아이나 노인, 환자가 없어서, 나 자신이 건강해서, 한 마디로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태평할 수 있는 것이다. 맞다. 이건 축복이다.


그럼에도 모든 비아냥을 멈출 수는 없다. 늘 '안전한' 식품을 먹을 만큼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은 탓이 크지만, 늘상 먹고 있는 수많은 음식물들이 이미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만든 음식도, 엄마 밥도 다를 수 없다.


너무 익숙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육류에는 항생제, 환경호르몬이 범벅이다. 소와 돼지, 닭이 먹는 사료는 과연 건강가? 그들이 사는 '거주지'는 또 어떠가? 굳이 살충제가 묻어 있지 않더라도, A4용지 반페이지 크기의 케이지에 평생을 갇혀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닭이 낳은 알이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은 상주한다.


어류나 곡류, 채소류라고 다를 수 있을까. 양식장에는 항생제가, 바다에는 방사능 물질과 기름, 해양 쓰레기가 넘쳐난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바나나와 포도가 그렇게 신선할 수 있는 비결최첨단 냉장 보관 기이라고 믿고 싶지만, 이건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밀가루도 그렇다. 간장과 된장으로 만들어졌을 수많은 GMO 콩도 잊으면 섭섭하겠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분위기가 불편하다. 대량 소비, 대량 생산 체제에서 언제든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두고, 마치 살충제만 없으면 되는양 하는 이야기들이 마뜩잖다. 당장 내 입으로 들어갈 먹거리들의 안전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도, 정부도 기관도 단체도 모든 것들이 영 못마땅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폭발해버린 나의 유난함이 정말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영화 '옥자'라도 다시 꺼내보아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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