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흔적에 과몰입 금지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방심하다 예고 없이 닥친 고통이라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얼얼함과 피가 쏠려 약간 붉어진 정도의 손가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손끝이 터져 피가 고이고 멍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고 말았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데도, 점점 고통의 흔적이 적나라해지는 손가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나도 안쓰럽고, 보는 이마다 안쓰러워해서 감추고만 싶었다. 대일밴드를 여러 번 붙였다 떼어냈다.
“손가락 왜 그래??”
“조심 안 하다가 다쳤지 뭐야! “
“어떡해.. 심각한데?……”
“아니 진짜 보기보다 참을 만 해! 보기에만 안쓰러워서 그렇지. 다행히 이제 안 아파. 낫고 있는 것 같아! “
속상했지만 애써 괜찮은 척, 나를 걱정하는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반복했던 말들이 내게 되돌아왔다. 나는 아픔의 흔적에 과몰입하고 있었다.
아팠던 순간은 흘러갔다. 회복되면 문제없다. 온통 검붉고 부풀어 빠질 것 같던 손톱 아래 고여있던 피딱지가 서서히 떨어져 나가고 깨끗한 새 손톱이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