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으면 안 돼!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그간 살아오면서 엄마가 두 번이나 수술하는 경험은 흔한 경험은 아닌 듯하다. 그 경험을 우리 아이 둘은 겪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첫 번째 수술은 아이들과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었다. 두 번째 수술은 보름 넘게 떨어져 있었다. 그 경험이 고작 재작년이었으니 아직 어린 둘째에겐 또렷한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자주 아팠던 엄마를 보는 아이들의 마음속엔 아픔과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생겨있던 것 같다.
하루는 셋이 맛있게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아이들보다 빨리 먹고 나니 뭔가 입이 심심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유통기한이 며칠 지난 플래인요거트가 보였다.
“요거트 며칠 지났는데~ 이정돈 먹어도 되겠지?”
하며 냉장고에 있는 요거트를 집는 순간!!
“안돼~~~~!! ㅠㅠ엉엉엉 ”
“엄마 그거 먹지 마~~!!! ㅠㅠ엉엉엉”
둘째가 먹지 말라며 엉엉 우는 것이었다.
“엉? 왜? 왜 울어??”
갑자기 엉엉 우는 둘째 때문에 난 무슨 상황인가 했고, 첫째는 흥미로운 듯 지켜보고 있었다.
“왜?? 요거트 왜 먹지말라그래??”
“흑흑흑.. 먹지 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우는 둘째였다.
“엄마 죽을까 봐.. ㅠㅠ ”
“엉?? 설마 유통기한 조금 지난 요거트 먹고 엄마 죽을까 봐 걱정한 거야?”
“응~!! 그러니까 먹지 마~!!! ㅠㅠ”
“아니~ 괜찮아~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 ”
“아냐~ 그냥 먹지 마~ 버려~ ㅠ”
울며 이야기하는 둘째의 불안한 마음을 알아서 결국은 먹지 못하고 버렸다. 엉엉 우는 귀여운 둘째를 으스러지도록 꽉 안아줬다.
며칠 전, 첫째가 드라이기를 쓰는데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무섭다며 안 썼다. 며칠 후 둘이 씻고 머리를 말리려 하던 순간이었다.
“엄마, 이 드라이기 소리이상해~ 다른 거 쓸래~”
“에이~ 이 정도 소리는 괜찮아~ 안 터져~~ㅎㅎ”
“아냐, 난 무서워 딴 거 쓸래~ ”
“알았어~ 쓰지 마~ 엄만 써야지~”
하며 큰딸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던 순간!!
“안돼!!! 그거 쓰지 마~!!! 으앙~~ㅠㅠ”
으잉? 둘째가 울음을 터트렸다.
“어? 왜? 엄마가 쓰다가 드라이 터져서
엄마 죽을까 봐?”
“응.. 으앙 ㅠㅠ ”
뒷말을 잇지도 못한 채 엉엉 우는 둘째였다.
요거트 사건이 생각나서 바로 안아주며, 안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엄마 절대로 절대로 쓰면 안 돼!!! 알았지?? “
“응~ 알았어~ 근데 저거 터져도 엄마 안 죽는데…”
“안돼! 쓰지 마!!”
“알았어~^^”
‘둘째는 언제까지 이렇게 귀여울까?ㅎㅎ‘
둘째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 걸까? 며칠 지난 요거트 먹으면 배 아파 죽을 거 같고, 약간 소리 나는 드라이기 쓰다 터져서 죽을 거 같은 너무나 약한 엄마일까? 아니면 그 정도로 너무너무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겠구나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헬스장에 가서 두 시간을 넘게 운동을 하고, 몸에 안 좋은 거 안 먹으려 노력하고 애쓰고 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며 나를 치유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며 나를 돌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리 엄만 참 잘 노는구나~
우리 엄만 잘 먹는구나~
우리 엄만 알아서 잘하는구나~ 하는..
아이들에게 걱정시키는 엄마가 되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