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내려가며 붙잡은 모순‘
이보다 더 최악은 없을 것 같지만
세상은 언제나 날 실망시킨다.
더욱더 좌절하라고 명령한다.
어떤 반기도 들지 못한 채,
나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바닥은 없을 거라며
위로 비슷한 말로 사람들이 나를 측은해할 때,
나조차도 이제는 한계라며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향해
이제는 나를 살게 해달라고
힘주어 속삭였다.
희망이 아닌 희망,
그 비슷한 무언가라도 잡고 싶어서
그래,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고,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마지막으로 입술이 터지도록,
손끝이 바닥을 헤집도록
힘을 쥐어짜 내었다.
그렇게 겨우 한 발 딛고 일어서는데,
그 사이를 기다린 듯
때에 맞춰 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이전과 다른 것은,
이제는 바닥이라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지금,
그보다 더 깊은 지하의 어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나를 반기는 이 끝도 모를 계단이
어디까지 준비돼 있는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또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
더 이상 떨굴 눈물조차 없는,
메말라버린 두 눈.
그 초점이 다시
멀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