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이 뭐죠
민족 대이동의 명절 추석이었다. 토, 일요일까지 합쳐 5일간의 연휴. 해외여행객도 늘었지만 여전히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은 많다.
결혼하고부터는 늘 명절을 서울 안에서 보내와서 명절의 차막힘을 경험할 일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명절의 서울 시내는 텅 비어서 운전할 맛이 난다. 평소에 40분 걸리던 거리를 10분만에 주파하는 짜릿함, 차가 없는 테헤란로의 빌딩숲 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다(물론 제한속도는 지켜야 합니다).
서울 시내란 이처럼 특수한 때를 제외하곤 막히는 것이 일상이다. 때문에 강릉에 와서는 웬만한 곳을 다 10분 이내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회사도 10분, 마트도 10분, 바다도 10분, 오죽헌은 15분. 아무튼 웬만한 곳들은 10분대로 다 끊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의 동네로 이사오기로 결정했을 때, 남편 회사 사람들이 ‘왜 그렇게 먼 동네에 집을 구했냐’고 했다는 것이다. 차로 15분도 걸리지 않는데!
이렇듯 강릉 사람들과 서울 사람들의 거리 감각은 많이 달라서, 강릉에서는 차로 15분 이상 걸리면 ‘멀다’고 한다. 서울에선 차로 30분 걸려도 가깝다고 하는데 말이다.
강릉에 5년 넘게 살다보니 그들의 시간과 거리 개념에 익숙해져, 이제 우리도 15분 넘게 걸리면 왠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긴 여기선 30분이면 20km를 가니까, 확실히 더 멀긴 하다.
서울에 살 땐 주말에 마트 한 번 갔다오면 하루가 다 갔는데, 강릉에선 마트도 가고 바다 구경도 한 번 하고 카페도 가고 몇 가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으니 더 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대신 단점이 있다. 차 안에서 음악 들을 시간이 줄았다는 거다. 온전히 음악과 나 저스트 투 오브 어스...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건 조금 슬프지만.
무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문턱에서, 오늘은 Manic Street Preachers의 Autumn Song을 듣기로 한다. 드라이브 하면서 듣기 딱 좋으니 운전하면서 꼭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