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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비 - 열한 번째 소식

아기는 진상이 아니다/손수건/비타민/호아-My Romance Is Not

by 릴리리

[오늘의 스토리]

이런 저런 머리 아픈 얘기는 안 하고 가벼운 잡담이나 늘어놓으려고 <소소한 제비>를 시작했지만, 이 얘기는 해야겠다.

최근 며칠 동안 인터넷에선 ’카페에서 이유식 데워 달라고 하는 게 진상인가요?‘라는 주제로 뜨거웠다. 얼핏 들으면 ’카페 음식도 아닌 외부음식을 데워 주기까지 해야돼?‘라는 생각이 들지만, 음료나 음식의 반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제선 비행기에서도 아기 음식은 허용하고, 아이들의 먹을 권리는 어디에서나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유식 데워주는 것 쯤이야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보온죽통에 이유식을 싸오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미리 만들어놓고 데워먹이거나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들도 많으니까, 양해만 구하면 괜찮지 않을까?

근데 그걸 또 ’맘충‘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물론 똥기저귀를 아무데서나 갈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아기가 먹을 밥 좀 주세요’라든지 상식 밖의 엄마들도 존재하지만 굳이 그걸 ’엄마‘라는 계층에 국한지어야 할까? ’맘충‘이 아니라 그냥 ’진상손놈’ 아닌가? 만약 40대 아저씨 진상 고객이 많다면 ‘40대 남자 출입불가’를 내걸 것인가?

그래도 ‘노 키즈 존’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뛰노는 아이가 없는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그들은 꼭 자신은 아이였던 시절이 없는 것처럼 군다. 아이가 없는 사회는 곧 미래가 없는 사회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아기들 데리고 처음 갔던 카페. 요즘은 책 읽으러 종종 간다.

[오늘의 물건]

항상 손수건을 들고 다닌다. 손수건도 중학생 때부터 꼭 들고 다녔는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챙겨주셨던 탓에 커서도 계속 들고 다녔다. 주로 손을 씻고 나서 물기를 닦는 용도였는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면 아이들이 항상 ‘여성스러워!’하고 소리쳤던 기억이 있다(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게 왜 여성스러운 걸까? 따지고보면 손수건은 중년 남성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아기용 손수건을 대량으로 사서 몇 개씩 들고 다녔는데, 쌍둥이어도 아이들이 침이 많거나 하지는 않아 생각보다 많이 쓰지는 않았다. 다섯 살인 지금은 하얀 거즈의 아기용 손수건보다 알록달록 화려한 무늬가 있는 엄마 손수건을 더 좋아한다. 날씨가 쌀쌀하면 목에도 둘러주고 배도 덮어준다. 손수건은 참 좋은 물건이다. 여러분도 1 외출 1 손수건 해보세요. 추천합니다.

주로 일본 갔을 때 백화점에서 산 1천 엔대의 손수건이 많다

[오늘의 풍경]

목이 아파서 집앞 가정의학과를 갔다. 하필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와서 비타민과 프로폴리스로 버텨보기로 했다. 어쩐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이비인후과가 가고 싶더라니. 내일은 방학 끝나고 2학기 첫 수업이라 수업 준비로 바쁠 예정이다.

아침엔 시원한줄 알았는데 덥다.


[오늘의 음악]

My Romance Is Not Over - 호아

며칠 전 나온 따끈따끈한 호아의 새로운 EP 타이틀곡. 마음 편안해지는 모던록이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긴다. 호아는 2015년 결성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중견 밴드로, 2016년 EBS <스페이스 공감> 6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되었으며 2017년 K-ROOKIES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My Romance Is Not Over> EP 커버아트(2025, Whaley Time, under license to THE VALUT)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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