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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삶

새로운 곳에서 산다는 것/인형 아기들/2단지-물결

by 릴리리

소소한 제비 스물아홉 번째 소식


[오늘의 스토리]

서른다섯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에 주저함이 없었다. 수없이 썼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들어가는 나의 필수 키워드는 ‘도전정신’이었다. 특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전혀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는 것은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마흔이 되어보니 이제 겁이 난다. 전혀 모르는 동네로 이사가는 것에 두려움과 망설임이 앞선다. 과거엔 ‘좀 살다 또 이사 가면 되지, 어차피 난 이방인인걸’ 생각했다면 지금은 평생 살지도 모른다는, 게다가 아이들의 학교와 진로가 환경에 의해 결정될 지도 모른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 때문에 자꾸만 결정을 회피하게 되고 마는 것일 게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모토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두려움을 버리기로 결심해본다. 근데 또 요동치는 마음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강릉으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이했던 겨울. 벌써 내년이면 10년차다.

[오늘의 풍경]

딸아이가 아기들을 재우고 갔다. 집안에 있는 작은 인형들을 항상 ‘애기’라고 하며 가지고 노는데, 주방에서 쓰는 핸드타월을 가져다 이불처럼 덮어두었길래 귀여워서 찍어봤다. 귀여운 것을 좋아해 작은 인형부터 큰 인형까지 말랑하고 폭신하고 귀여운 것이라면 포기하지 못하고 모아왔는데,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장난감 바구니와 어린이 텐트에 쑤셔 넣어놨던 것을 요즘 아이들이 잘 가지고 놀고 있다. 그 동안 예쁜 쓰레기를 사모았던 것 같은데, 이제야 가치를 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오늘의 음악]

물결 - 2단지

2022년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2단지의 EP 타이틀곡이다. 제목처럼 잔잔한 물결 같은 노래다. 침잠하기 보다는 일렁이는 물결 위에 떠다니는 느낌이다. 이런 식이 잔잔한 노래가 많아 차분하게 앉아 듣기 좋다.

2단지의 EP <~> 아트 커버(2022 미러볼 뮤직)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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