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플래시와 트렌드/달스니바 전망대/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소소한 제비 서른 번째 소식
브런치북에 <소소한 제비>를 꾸준히 연재하던 중, 브런치북에는 글을 30편까지만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발행 버튼을 누르고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음 날 글을 쓰기 위해 아이패드를 열었다가 깨달았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 여기서도 또 나오네요).
그리하여 <소소한 제비> 매거진을 발행합니다. 앞으로 소소한 제비는 매거진을 통해 발행됩니다.
즐겨찾기 해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의 스토리]
카메라 플래시를 무조건 끄는 게 트렌드였던 적이 있었다. 2000년대 디지털 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가 찍어주지 못하는 고화질 사진을 어디에서나 찍을 수 있게 해줬다. 2004년 처음 구입한 디카는 한손에 쏙 들어오는 미놀타 카메라. 손떨림이 좀 있긴 했지만 담뱃갑만한 크기의 납작하고 네모난 실버 보디는 그 당시 로망이었다. 플래시를 터뜨리고 찍으면 마치 옛날 자동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 마냥 옛스러워서 어두운 데서도 부득불 플래시를 끄고 사진을 찍고 그랬다. 그게 당시엔 ‘힙’한 것이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아빠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도 써보고 일회용 카메라 붐도 타서 일본에 가면 ‘우츠룬데스’를 싹쓸이해오고 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사진첩 가득 아이들 사진이 쌓여감에 따라 이제 사람이 없는 풍경이나 사물 사진은 잘 찍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소소한 제비>를 연재를 시작하니 도무지 쓸 사진이 없어(’1인 매거진‘을 표방하는 콘셉트에 가져온 사진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물론 너무 바쁠 땐 딱 한 번 AI 일러스트를 쓰긴 했었다..) 다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다이내믹한 건 내 감정 뿐이고 막상 일상은 단조로워 대단한 사진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이상하게 플래시를 터뜨리면 사진이 힙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사물을 촬영할 때는 플래시를 터뜨린 쪽이 묘하게 더 감각적이다. 레트로 유행의 한 단면이다.
레트로의 유행은 ’세대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증명한다. 새로운 세대의 눈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신선해 보이는 것이다. 어렸을 때 다 경험해본 40대 어른들이야 ’옛것이 다시 유행이구만‘ 하지만 지금 10대, 20대 초반에겐 그렇지 않다. ’처음 보기 때문에 멋진 것‘이다.
이 유행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레트로와 복고를 얘기하기 시작한지도 꽤 되었다. 요즘은 메가트렌드보다는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는 시대라고 하니, 레트로와 모던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가지 않을까,하고 아줌마는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오늘의 풍경]
옛날 사진을 뒤적거리다 북유럽 여행 갔을 때 사진을 발견했다. 시어머니와 둘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나는 무던한 성격이라 큰 불편함 없이 잘 다녀왔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불편하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이번엔 말레이시아는 어떠냐고 하시는 걸 보면 또 그렇진 않았었나 보다. 이제 오히려 시어머니와의 여행은 남편이 반대하는데, 애들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남편은 매일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기 때문에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선정한 사진은 노르웨이의 달스니바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보다 드문드문 눈에 덮인 전망대 근처 바위를 찍은 사진이 더 많지만, 정말 멋진 곳이었다. 이제 캠핑을 좋아하진 않지만 노르웨이 만큼은 캠핑카를 빌려 가족들과 함께 다녀보고 싶다.
[오늘의 음악]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 베를린 필하모닉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존 마우체리의 <전쟁과 음악>을 읽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음악이나 미술 관련 책을 읽을 때 좋은 점은, 책에 등장한 작품들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그저 상상만으로 책속에 등장하는 음악이나 그림이나 음식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제는 궁금하면 손가락만 까딱하면 된다. <전쟁과 음악>은 왜 20세기 초 이후로 저명한 클래식 음악이 나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클래식 음악을 정치와 사회상과 연결지어 해석해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가끔 클래식을 듣긴 하지만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던지라, 흥미롭게 책을 읽고 있다(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써보겠다). 나는 정말로, 우아하기 그지없는 발레와 클래식 음악이 그렇게나 폭력과 성(性)과 깊이 연관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아직 초중반부를 읽고 있는 지금 가장 흥미로운 음악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말로만 듣던 그 음악을 애플뮤직에서 찾아 듣고 있는데, 듣고 있다 보니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유튜브로 찾아봐야겠다.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