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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 Oct 02. 2019

나의 장미색비강진 투병기 (2)

너를 알고 나를 알면, 스테로이드제 알고 가기

장미색비강진을 진단받고 데소나를 처방받았다. 바르는 약이다. 먹는 약은 주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장미색비강진을 진단받은 후 먹는 약까지 처방받은 경우도 심심찮게 있는 듯 했다. 내 처방에 먹는 약이 없는 건 아직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스테로이드제라고 하면 또 무엇인가, 모두가 꺼리는 대표적인 연고제가 아니던가? 뉴스에서는 흔히 운동선수의 금지약물로 접할 수 있는데 그 탓에 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지 모르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고 했다. 내가 싸워야할 대상은 장미색비강진이라는 놈이지 죄없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알고 바르는 것과 모르고 바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인터넷을 켜고 스테로이드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스테로이드는 특정 화학 구조를 갖춘 화합물을 통칭하는 말로, 우리 몸 속에도 있다. 성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등의 호르몬, 콜레스테롤, 담즙산 등이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제’란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 기능을 모방한 합성 약제를 말한다. 신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항염증과 항알레르기 작용을 한다. 그래서 자가면역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 등의 치료제로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것.

본래 몸에서 분비해 적정량을 유지하는 물질이 외부에서 대량으로 들어오면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몸의 항상성이 파괴된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몸에서 생성되던 호르몬이 안 나오게 될 수 있다는 거다. 호르몬 체계가 무너지면 면역 체계도 약해진다. 면역력에 환장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다.

또한 스테로이드제의 강한 염증 억제 효과는 인체의 이로운 면역 반응을 막아 오히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에 취약하도록 만든다. 이것 역시 면역력과 관련된다.

게다가 장기간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안면홍조가 생기거나 착색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창백한 피부에 자연스러운 홍조는 얼핏 아름답게 들리지만 그것도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나야 예쁜 법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생물 시간처럼 됐는데, 사실 어떤 약이든 음식이든 과하면 좋지 않은 건 진리다. 왜, 하루에 2리터는 섭취해주라는 물도 과하게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지 않은가. 다만 스테로이드제는 피부에 많이 바르거나 약으로 먹었다고 바로 이상을 느끼지는 못하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 그럼 이 데소나 로션이라는 아이는 어느 정도로 강력한 스테로이드제일까? 이 아이는 어느 정도의 양을 짜서 발라주면 될까?

스테로이드 연고는 보통 7단계로 나눈다. 미국에서 나눈 분류법이다. 1등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많이 포함된 매우 강한 제제에 해당한다. 7등급은 가장 낮은 것.

데소나 로션은 6단계에 해당한다. 다소 실망스러운(?) 등급이었다. 어렸을 때 피부에 뭐가 나면 바르던 쎄레스톤지가 5단계인데, 이건 처방전 없이 사는 연고보다도 스테로이드 등급이 낮다. 왠지 처방전이 있으면 쉽게 손댈 수 없는 약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신체 부위별로 흡수 정도가 달라서 강한 스테로이드제는 목 같은 데 함부로 바르면 안된다는데, 데소나 로션은 그런 거 신경 안써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능한한 얇게 펴 발랐다.

데소나는 꼭 멘소레담 같은 통에 들어있었고 색깔도 흰 색에, 적당히 묽은 에멀전 같은 느낌이었는데 냄새는 없었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바르면서도 제대로 발리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때 과도하지 않게 꼼꼼히 바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신경 쓰면서 열심히 발랐다.

그리고 그 노력은 사흘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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