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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May 03. 2017

달과 위성은 뭘까

분류의 역사와 문제

내 브런치에서 행성의 정의에 대해서는 "행성이 뭘까"  1편 , 2편  글에서 이야기했거든. 그런데, 행성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지구의 달처럼 행성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의 정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좋을 텐데, 그동안은 하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는. 위성에 대해서는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대로 부르는 정도고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행성을 정의하는 문제에서도, 현대 천문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명확한 정의 없이 직관적이고 관습적으로 행성을 분류하다가, 명왕성과 형제 천체 때문에 행성 분류에 곤란한 점이 생기니까 행성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는데... 위성은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 없이 직관적이고 관습적인 분류에 따른다. 현대 천문학이 위성을 관측할 수 있는 태양계 내부에서는 이렇게 대충 넘어가도 문제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의 아래 부분에 적겠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긴 한데 넘어갈 수 있는 정도다. 때문에 "천문학계나 일상적인 신문 방송에서 위성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위성이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별 문제가 없다.

    생각해 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위성을 구분하는 방법을 정하지 않고, 위성은 대충 정하고, 그런 대충 위성을 제외한 나머지 태양계 천체를 계층적으로 분류하고 행성을 정하다니(행성이 뭘까 2편)  -_-;

    그렇게 위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그냥 남들 부르는 대로 하면 문제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나로서도 위성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 그래도, 현재 위성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 위성 분류에서 문제는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 적어 보려고 한다.



역사


고대 천문학


지구에 사는 우리는 위성이라면 바로 을 떠올린다. 하지만, 행성이 뭘까 1편에서 적었듯이, 태양계 구조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던 고대 세계에서는 달을 그냥 행성과 비슷한 종류로 분류했다.

    간략히 다시 적으면... 고대 세계에서 천문학이 특히 발달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에서는, 지구 하늘에서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5행성과 함께, 태양과 달도 '별자리 사이를 규칙적으로 떠도는 밝은 별'이라는 의미에서 행성으로 분류했고, 때문에 고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에서는 행성이 7개였다. 이렇게 형성된 7행성 관습은 고대 그리스로 전해졌고, 고대 그리스 지역에서 발달했던 수학과 기하학과 문화와 결합해서 그리스 천문학은 고대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경지에 이렀다. 고대 그리스 천문학은 7행성을 기반으로 지구중심설을 확립했다. (잘 알려졌듯이, 지구중심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부족함이 많았던 당시 과학으로는 최선이었던 측면도 있다. 문제는 지구중심설 자체보다는 이것 만이 진리라고 강요했던 종교적 편향이었다) 이런 고대 그리스 천문학이 유럽과 서아시아-이슬람 천문학, 인도 천문학에 전해져 서구 천문학의 모태가 되었다. 때문에 천문학이 발달했던 대부분의 고대 세계에서 달은 행성 중 하나였다.

    천문학이 발달했던 고대 세계 중에서 특히 중국 천문학이 그리스 천문학과 다른 전통을 유지했는데,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며 태양과 달을 5행성과 따로 분류했던 것이다. 다만, 중국 천문학이 태양과 달이 다른 5행성과 모양도 다르고 별자리 사이 움직임도 다르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과학적으로 차이점을 명료하게 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냥 눈으로 보기에 다르다" 혹은 "음양오행의 전통에 따라야한다"는 정도를 못 벗어났다. 천체관(=천체의 존재에 대한 이론)에서 서구 천문학은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따라서 서양 천체관에는 옳은 천체관과 잘못된 천문학이란 구분이 존재했지만, 중국 천문학에는 여러가지 천체관이 공존했고, 천체관에 따라 태양과 달을 다른 행성과 같은 종류의 천체로 분류하기도 하고 달리 분류하기도 했다.


근대 천문학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 이 후 근대 물리학과 천문확이 성립하는 과정에서 태양중심설이 확립되었고,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 중 하나이며, 달은 행성이 아니라 지구를 공전하는 천체임이 명확해졌다.

    1610년에는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던 중 후대에 갈릴레이 위성이라 불리는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했다. 이로서 달 외에도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가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같은 해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위성(satellite)이라는 새로운 천체 분류가 필요하다고 최초로 제시했다. 이 후 근대 천문학은 내행성인 수성과 금성을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서 위성을 발견했다.

달과 목성과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4개를 같이 찍은 사진

[ 사진출처 : APOD    Moon Meets Jupiter , 이 글의 제목줄 사진으로도 사용됨 ]


현대 천문학


현대 천문학에서는 위성 분류에 대해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첫번째는 1957년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라는 인공위성이 발사되어 지구 주위를 공전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 전까지 위성은 모두 자연위성이었는데, 이 후 사람이 만든 천체인 인공위성과 자연위성을 구분할 필요가 생겼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위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우선 위성 주위를 공전하는 손자위성? 같은 것이 가능하다. 궤도 청소력과 비슷한 이유로, 손자위성은 행성과 위성의 중력 때문에 궤도가 불안정해지기 쉬워서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실제로 인간이 발사한 손자 인공위성이 지구의 위성인 달 주위를 공전하기도 한다.

    또한, 소행성의 위성 등 다양한 종류의 천체가 위성을 가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아래는 243 이다라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Asteroid Belt)에 속한 소행성의 사진인데, 243이다는 길이가 60km도 안 되는 작은 소행성이지만 직경 약 1.5km 정도 되는 또 다른 작은 소행성을 위성으로 가지고 있다. 그 밖에 명왕성이 위성 카론 등 5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성을 가진 왜행성도 여럿 발견되었다.

소행성 243 이다와 위성



분류와 문제


일반화된 명칭, 혼란스러운 사용


역사적 유래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달은 원래 지구의 위성을 의미했고, 위성은 달을 포함해서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종류의 천체를 의미했다. 원래 의미가 달은 고유명사, 위성은 일반명사였던 것... 그러나, 실제로는 "목성의 달" "토성의 위성"처럼 달과 위성이라는 말을 구분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 인공위성이 생겨나자, 달은 자연위성만 지칭하는 것으로, 위성은 인공위성과 자연위성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명확하지 않음. 각종 SF물에서 '인공 달' 같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에 -_-;)

    다른 한편으로, 여러 형태의 천체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이 발견되면서, 위성이란 큰 천체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천체라는 일반화되고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에 이렀다. 이런 넓은 의미에 따르면,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도 항성의 위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행성을 항성의 위성 중 한 종류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행성이나 소행성처럼 명확한 다른 분류법이 있다면 우선 적용하므로, 보통의 경우 행성을 항성의 위성이라고 따로 부르지는 않는다.


여기서 똑똑한 당신이 "이 글의 제목줄 사진처럼 지구의 달과 목성의 달이 같이 있는 경우, 같이 달이라고 부르니까 혼동을 주잖아요?"라고 질문한다면?!? 답은... '달'이라는 말이 일반명사로 사용할 때는 자연위성을 의미하지만, 고유명사일 때는 지구의 위성을 지칭한다... 글의 맥락에 따라 요령껏 알아서 이해하던가, 아님 "달과 목성의 위성" 이런 식으로 글 적을 때 혼동 않게 적던가... 사람이 쓰는 말에 이런 경우가 흔히 있잖나... 글쎄 뭐, 이렇다 -_-; 똑똑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서 의구심을 가진 당신이 "아니, 일상 용어나 그렇게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거고, 과학 용어라면 정의가 명확해야죠?!?"라고 다시 묻는다면? 답은 "몰러, 천문학자들도 그렇게 쓰고 있는 걸 어쩌라구" -_-;;;

    해결 방법 중 하나는... 영어의 경우, 영어식 관습에 따라 'Moon'이라고 하면 고유명사로, 'moon'이라고 하면 일반명사로... 이런 표기법을 사용할 수 있고, 우리 말로는 문장 기호를 이용해서 고유명사 '달'에 대해서는 표기를 달리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런 편법 역시 상황에 따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고려 사항


이렇게 위성과 달이라는 용어부터 혼란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물리적으로 위성으로 분류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질량 - 위성의 크기를 생각할 때 직경이나 길이 같은 요소보다 질량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큰 천체 주위를 위성이 공전하고 있다면, 큰 천체와 작은 위성이 중력으로 묶여 있다는 의미이다.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만유인력'이라 했던 것처럼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력의 크기는 질량에 비례한다. 중력은 천체의 공전 운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참고로, 일상 생활에서 크기와 무게가 따로따로 인 경우가 많듯이, 천체도 크기와 질량이 비례하지 않는경우가 많다. 일례로 갈릴레이 위성 중 가장 큰 가니메데는 직경이 약 5300km로 행성인 수성(직경 약 4900km)보다 크지만, 질량은 수성이 가니메데보다 2배 이상 크다.


질량 중심 - 천체의 질량 중심은 일상 생활에서 무게 중심이라고 하는 것과 거의 같다. 예를 들어, 길다란 막대기가 있는데 한쪽 끝에는 무거운 공을 묶고, 다른 쪽 끝에는 가벼운 공을 묶었다고 하자. 경험적으로 우리는 이런 막대기의 무게 중심은 막대기의 한가운데가 아니고, 무거운 공이 묶인 쪽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2개의 천체 A와 B가 중력으로 묶여있다면, A와 B의 질량 중심은 A와 B 중 무거운 쪽에 가깝게 위치한다.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수식을 말로 풀어쓰면 "질량 중심으로부터 천체까지의 거리는 천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뜻이다(브런치 시스템 문제 때문에 수식이나 그림을 넣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읽는 분들이 감안하시길 -_-;;;)


                                Ma : Mb = Rb : Ra    ...혹은...    Ma x Ra = Mb x Rb

                                - Ma와 Mb는 각각 천체 A와 B의 질량

                                - Ra와 Rb는 각각 질량 중심으로부터 A와 B까지의 거리


• 공전 궤도 - 천체 A와 B가 중력으로 묶여서 서로의 주위를 공전한다면, 케플러의 법칙에 따라 A와 B는 타원형 궤도로 공전한다. 원의 중심점이 1개인 것에 비해 타원은 중심점이 2개 있는데, 타원형 궤도의 중심점 중 하나가 질량 중심이 된다. 따라서, A와 B는 질량 중심을 중심점으로 하는 타원형 궤도를 공전한다고 할 수 있다.

    아래 궤도 그림1은 질량이 거의 같은 천체 2개가 질량 중심을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경우에 대한 그림이다. 타원형으로 공전하면서도 '+'로 표시된 질량 중심으로부터 각각 천체까지의 거리의 비는 항상 같도록, 즉 공전하면서도 '거리의 비율은 같도록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궤도 그림1 : 두 천체의 질량이 비슷한 경우의 공전 궤도


    다른 예로, 아래 궤도 그림2는 질량 차이가 많이 나는 2개의 천체가 원형에 거의 가까운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경우에 대한 그림이다. 한쪽의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질량 중심도 큰 천체의 중심에서 매우 가깝다. 위성은 큰 천체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천체이므로, 위성의 공전 궤도는 대체로 궤도 그림2와 비슷하다.

궤도 그림2 : 두 천체의 질량 차이가 매운 큰 경우


[* 주의 : 실제 천체의 공전궤도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위의 궤도 그림은 그 중 하나의 예일 뿐이다. 또한, 실제 천체의 크기는 천체 간의 거리에 비해 매우 작다. 위의 궤도 그림에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천체 크기를 실제보다 매우 크게 과장해서 그렸다 *]


문제


그래서... 큰 천체를 공전하는 작은 천체가 위성이라고 하면, 위의 궤도 그림2와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그럼 여기서 "그렇게 되는구나. 뭐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여기 글에서 행성을 정의할 때,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 중 궤도 상에서 유일하게 우월한 천체"라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말을, 물리학적으로 명확히 정하려고 했을 때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다고 적었는데, 위성의 경우도 비슷하다. "큰 천체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천체"라는 말이 간단해 보이지만, 크기와 관련된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질량 만 기준으로 크기를 정한다고 해도, "도대체 질량이 얼마나 작아야?"라는 문제를 물리적으로 명확히 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 "주위를 공전한다"는 말도 세세히 따지면 복잡하지만 일단 "질량 중심을 공전한다"는 뜻이라 하고 넘어감)

    예를 들어, 무조건 질량이 조금이라도 작은 천체를 위성으로 정하면? 그러다가 위의 궤도 그림1처럼 서로 공전하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경우에도 한쪽을 위성이라고 분류하게 된다.


우리가 있는 태양계에서 현재 위성 맞는지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경우가 지구의 달과 명왕성의 위성 카론이다. 지구의 달은 지구 질량의 약 0.0123배 즉 약 1.2%이다. 이게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외형상 크기 비는 0.273배 즉 약 27%이고,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에서 행성에 대한 질량비와 크기비가 가장 큰 것이 달이다. 이 때문에 달은 위성이라 볼 수 없고 행성이고, 지구-달은 2중 행성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명왕성의 위성 카론은 비율이 더욱 커서, 명왕성에 대해 질량비는 12%이고 크기비는 51%에 이른다. 명왕성-카론에 대해서도 역시 과거 명왕성이 행성으로 분류되던 때부터 2중 행성계라고 주장했고, 명왕성이 왜행성으로 분류되는 지금은 2중 왜행성계라고 주장하는 천문학자들이 종종 있었다.

    달과 카론이 공전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쉽도록 과장해서" 그리면 아래 그림과 같다. 궤도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구의 달은 지구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 비해서는 매우 큰 규모로 천천히 끼치는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궤도 그림3 : 지구의 달이 공전하는 모습을 과장해서 그린 것
궤도 그림4 : 명왕성의 위성 카론이 공전하는 모습을 과장해서 그린 것

"그러면, 질량 중심이 큰 천체의 내부에 있으면 작은 천체를 위성으로 정하자" 이렇게 주장하는 천문학자들이 상당히 생겨났다. "막연하게 작다고 위성이라고 하지 말고 물리적인 차이를 유발하는, 쉽게 말해서 뭔가 눈에 표 나게 뜨이는 차이를 유발하는 수치를 기준으로 위성을 정하자" "궤도 그림3~4에서 볼 수 있듯이 질량 중심이 천체의 외부에 있으면 눈에 뜨이잖아" 이런 뜻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지구의 달은 여전히 위성이지만, 명왕성의 카론은 위성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질량 중심이 큰 천체의 외부에 있건 내부에 있건, 사람 눈으로 보이게 차이나는 것이지, 실제 물리적인 차이가 거의 없다는 문제는 넘어가 주더라도... 질량 중심의 위치는 질량 뿐 아니라 거리에도 영향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상에서도 이런 문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위에서 막대기 양끝에 무거운 공과 가벼운 공을 매달았던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짧는 막대기 끝에 공을 묶고서 무게 중심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다음에는 막대기를 길다란 것으로 교체해서 무게 중심 위치를 확인한다. (막대기의 무게는 무시 가능하다고 가정)  막대기가 짧을 때와 길다란 때의 무게 중심의 위치를 비교했다면? 막대기가 짧건 길건, 무게 중심으로부터 각각의 공까지의 거리 '비율'은 같다. 그러나, 무게 중심으로부터 공까지의 거리는 다르다. 짧은 막대기에 묶었을 때는 무게 중심으로부터 공까지의 거리가 가깝지만, 길다란 막대기에 묶었을 때는 무게중심에서 공까지의 거리가 멀다. 마찬가지로, 같은 질량의 작은 천체라도 큰 천체로부터 거리가 가까운가/먼가에 따라 질량 중심의 위치가 달라진다. 작은 천체가 가깝다면 질량중심이 큰 천체의 내부에, 거리가 멀면 큰 천체의 외부에 있게 된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사례는 태양계 내부에도 있다. 지구의 달은 지구로부터 해마다 약 3.8cm씩 멀어지고 있다. 때문에, 지구-달의 질량 중심이 현재는 지구 내부에 있지만, 수억 년의 시간이 지나면 지구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럼 수억 년 후에는 달은 지구의 위성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먼 훗날인 수억 년 후가 아니라도, 지금 당장 문제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목성은 태양 질량의 1/1048 정도여서, 태양의 위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양에 비해서 매우 작다. 하지만, 목성이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목성의 질량 중심은 태양의 외부에 있다. 질량 중심이 외부에 있다는 이유로 분류를 달리해야 한다면, 목성의 분류도 달리해야 한다.



정리


이렇게, 달과 위성은 용어의 사용법부터 시작해서 천체의 물리적 분류법까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별로 없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큰 천체 주위를 상당히 작은 천체가 공전하면 작은 천체를 위성이라 하고, 달과 위성이라는 말은 인공위성의 경우만 제외하면 구분 없이 사용하는데, 때로 달은 지구의 위성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한다. 이렇게 대충 해도 당장 우리가 사는 태양계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과학자들이 하는 일에는 엄밀한 구분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엄밀함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고, 그러다 보면 달과 위성의 정의처럼 얼렁뚱땅 두리뭉실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명확한 정의와 설명을 기대했다면, 다소 찜찜하더라도 "그렇게 넘어가면 되는구나. 내가 얼렁뚱땅하는 성격이라 대충 넘어가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도 명확히 하지 못한 문제라구" 이렇게 이해하시길 바란다.


끝으로, 위성인가에 대해 논란이 큰 지구-달 및 명왕성-카론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적으면... 지구-달이 2중 행성계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려워도, 명왕성-카론의 경우는 2중 왜행성계로 분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차이나게 판단하는 이유는... 지구와 달은 외형부터 딱 봐도 체급이 달라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고... 반면에, 명왕성과 카론은 딱 봐도 체급이 비슷해 보인다, 둘 다 명왕성 형제급 천체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성의 분류 문제에서 행성/왜행성 정의에 따르면... 달도 지구 궤도 상에서는 행성 급으로 궤도 청소력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다시 말해서, 달도 행성급 천체인 것이다. 그럼, 지구-달은 행성 급의 천체가 중력적으로 결합했으니 2중 행성계라고 할 수 있다. 명왕성-카론야 당연히 2중 왜행성계이고...

    IAU의 새로운 행성 정의가 가지는 문제에 대해 내 브런치에서 여러번 성토를 -_-; 했는데, 보면 볼수록 문제 투성이 맞네 -_-;; 궤도청소력이라는 해괴한 -_-;;; 판별 기준을 도입한 이유가, 궤도 상에서 유일하게(!) 우월한 천체를 정하기 위해서인데... 지구 궤도 상에는 지구도 달도 유일하게 우월한 천체가 될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게 말이야 소야 개야...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구나 -_-;;;;;





그래서 보면... 명왕성 때문에 행성 분류에 논란이 많았는데, 명왕성-카론 때문에 또 위성 분류에 논란이 많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서 "명왕성이 문제아다?"라고 좁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현대 과학과 천문학이 우주는 커녕 태양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크고 빛나는 과학적 업적에 가려진 세세한 틈새를 살펴본다면 말이지 -_-;

    요새 각종 SF물을 보면, 행성이나 태양계 따위는 껌이고 -_-; 은하계를 넘어 전우주를 쥐락펴락하는 영웅적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그런 건 부족한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결함 많은 상상일 뿐이다. 사실은 아직도 지구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조차 버벅거리는 것이 현실 세계의 인간이기 때문...

    명왕성에 대해서 글을 적으면서 들었던 제일 황당한 얘기가... 명왕성의 행성 자격이 박탈당했다고 "명왕성 지못미 ㅠ.ㅠ"하던 말이다. 특히 명왕성을 발견했던 톰보(Clyde Tombaugh, 1906~1997)의 모국 미국에서 이런 반응이 많았다는데... 도대체 뭘 못지켜줘서 미안하다는 말인지 -_-;  명왕성은 최소한 수억년 이상 그 자리를 지켜왔으니 나이부터 수억살이라 지구 인간과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고, 덩치도 명왕성과 비교하면 인간은 지구 표면에 붙어사는 세균이나 아메바 급 -_-; 밖에 안 된다.

    정말 명왕성에게 인격이 있다면, 지구 표면에 붙어있는 세균 아메바 따위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건 관심이나 가질까? 혹시 몇백년이라는 명왕성한테는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후에, 지구 표면을 급속도로 병들게 한 세균이 -_-; 명왕성으로 옮겨올까 걱정할 수는 있겠지. "지못미"는 그 때 가서나 하고, 주제 파악 좀 -_-;

    주제 파악하라는 말을 있어 보이는 말로 바꿔서 다시 말하면... 거대한 우주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인가 이해하고 겸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인간은 우주적 규모에 비하면 무한히 작은 존재이지만, 그래도 인간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있고, 이런 상상력이 인간 삶의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수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었듯이, 현실을 망각하면 상상이 아니라 망상이나 환각이고 삶의 독으로 작용한다.

    상상력을 약으로 만들지 독으로 만들지는 현실 인식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있다. 상상은 우주적 존재에 닿더라도, 현실 인간은 태양계는 물론 지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적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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