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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09. 2022

어린이에게 너그러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노키즈존', 정말 '키즈'가 문제일까?

어느 순간부터 어린이들하고 체험학습을 가거나 외식하러 간다거나 하면 식당이 '노키즈존(어린이 제한 구역)'인지 알아본다. 놀랍게도 갈수록 늘어난다. 비장애인이 익숙함에 속아 장애인에게 불편할 수 있는 환경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린이와 생활하지 않았을 땐 인지하지 못했던 게 '노키즈존'이었다.


처음 '노키즈존'이라는 말이 세상에 나왔을 땐 일부 어린이나 보호자에 의해 손해를 입거나 크게 덴 적이 있는 사장님께서 자기 소유의 가게에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겠거니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와서 고객을 응대하는 입장에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정말 '키즈'가 문제일까?


아르바이트부터 지금까지 일을 수행하는 동안 고객을 여럿 상대해왔지만, 어린이가 크게 이슈될 만큼의 진상이고, 그만한 영향력이 있었나 싶다. 직원이 어리다고 무시하던 사람도 있었고, 만취해서 인사불성이던 사람도 있고. 내 경험이 전부는 아니라 일반화할 순 없지만, 다수는 '어덜트'였다.




지역아동센터는 기관마다 정원 수가 다른데 최소 19명의 어린이가 이용한다. '노키즈존'은 한 명의 어린이도 거부하는데 열댓 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외부에서 밥을 먹기란 쉽지 않다. 외출할 때가 되면 예의만큼이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래서 센터 아이들은 지하철을 탈 때도 어르신이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을 실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의자를 제자리에 넣고, 오고 갈 때 인사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말하거나 순전히 말을 안 하거나 했다. 나열한 몇 가지가 대단하다고 할 만큼 어려운 행동은 아니다. 그런데 자리를 양보하거나 이용한 자리를 깨끗하게 쓰고, 제자리에 의자를 넣는 것조차도 안 하는 어른이 있다. 심지어 적지 않다. 정말 '키즈'가, '어린이'가 제한되어야 하는 게 맞을까?


가게의 규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권리, 돈을 지불한 성인이 편안한 환경에서 서비스받을 권리.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우리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알게 모르게 많은 어른의 포용과 배려로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어른을 상대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나치게 엄격하고, 관대하지 못한 건 아닐지.


어린이가 성숙한 시민의 모습과 질서를 배울 환경이 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어린이가 모여 동네를 뛰놀고, 가족이 식당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며 자란 세대가 지금의 어린이에겐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두렵기까지 하다. '노청년존', '노노인존', '노장애인존', '노비장애인존', '노여성존', '노남성존'이 없듯이 함께 사는 곳에서 인정 없이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별 말고 모두 '예스', 모두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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