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편의점, 영어로 알바 교육

Life in Canada

by 림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자 편의점 일은 손에 익었다. 처음 나를 고생시켰던 로또와 담배들은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문 중 하나가 되었다. 봉투에 담을 필요도 없어 그저 주문한 담배와 로또만 주면 된다. 하지만 적응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을 얻으려면 고통의 삯은 필수인 세상이다. 그 값을 치르고 나니 이젠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그 루틴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직원이 그만두었다. 20살의 메튜는 이곳의 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풀타임 직장을 찾아 떠났다. 동시에 화장을 진하게 하는 학생 알바도 돌연 그만두었다. 평소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 사장님이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일을 해야 하는 당일 갑자기 못 나온다고 문자를 보내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일이 3번이 되는 날 사장은 그 학생에게 그만 나오라고 통보했다. 어디든 삼세번은 국룰이다.


우린 새롭게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력난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관련 직종이 심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BC주 호텔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퇴근 후 집에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사장님에게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내일 Ella(엘라)라는 친구 트레이닝시키세요"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편의점 인근에 사는 학생이고 안면이 있기도 해 파트타임으로 고용했다고 사장님은 말하셨다. 영어가 서툰 한국인인 내가 캐나다인에게 영어로 편의점 일을 교육시켜야 했다. 평범한 밤 느슨한 마음으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하던 나에게 긴장감을 불어준 카톡이었다. 한국어로는 너무 수월하게 가르칠 수 있지만 영어로는 자신이 없었다. 인생 참 쉽지 않다고 느꼈다.


뭐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 낙관적인 생각이 내 마음에 들어왔고 다음 날 출근을 했다.


8FD690E2-CABB-4999-BFDA-0E8F43E5DFB8.JPG 허름한 편의점


널브러져 있는 박스를 정리를 하고 나오자 어떤 백인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엘라라고 소개를 했다. 갑자기 긴장이 되었지만 편의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설픈 영어로 설명을 했다.


"이곳은 음료 보관소이고, 저기는 담배, 캔디, 물이 있는 곳이야"


계속해서 짧은 문장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아직은 영어 실력이 부족해 간단한 단어들을 선택해야 했다. 엘라는 내 짧은 영어에 연신 "Okay, Yes."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담배 종류와 사이즈 설명을 했다. 로또의 종류와 가격 그리고 포스기에 가격을 입력하는 방법까지. 로또 부분은 생각보다 복잡해 설명하기 힘들었다. 손님이 지불해야 할 금액과 당첨된 금액을 따로 분류해서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설명이 다소 복잡하다.


나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고 종종 실수를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은 엘라였다. 다른 예로는 물건 진열의 기본인 선입선출에 관해 설명을 하는데 나는 그저 First in, First out! Okay?라고 말을 했다. 그녀는 알아들었다는 표정과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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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본 엘라는 성격도 조용하고 행동도 차분했다. 대부분 십 대처럼 산만하지 않았다. 삼진 아웃으로 나간 그 학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엘라는 시내에 위치한 일식집에서도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학기가 마지막 학기이고 내년에 졸업이라고 했다. 대학은 진학할 생각은 있냐는 질문에 아직 자신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 진학 대신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좋은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을 때 나는 엘라에게 질문을 했다.


"어디 여행 가고 싶어?"

"인도네시아"

"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왜?"

"우리 엄마가 인도네시아 사람이거든. 엄마와 이모들하고 가기로 했어"


신기했다. 엘라의 첫인상은 의심할 여지없는 캐나다 백인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다시 보니 살짝 얼굴에 동양적인 이미지가 보였다. 돈을 모아 엄마를 모시고 인도네시아 여행을 생각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처음 본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기꺼이 해줘서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다.


"좋은 계획이네! 나도 돈 모아서 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야. 돈 열심히 벌자. 요즘 비행기표 엄청 비싸니까"


"그래야지"


어제까지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오늘부터 직장 동료이자 각자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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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들어왔다. 영어로 손님 응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담배 위치와 로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잘 해낼 것 같았다. 계속 실수하는 부분은 종이에 적으면서 외우려고 노력했다. 그런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나는 편의점 일이 고상하고 왕처럼 카운터에서만 서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웃으며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났다. 두 번 정도의 교육이 더 진행되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자 이제 어느 정도 혼자 일해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나는 엘라에게 이제 하산해도 된다고 하니 이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었다. 한국산 아재 개그는 캐나다 10대 소녀에게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난 웃으며 아니라고 말을 하고 이제 혼자 일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웃으며 땡큐라고 말했다.


캐나다 사람을 영어로 교육시키는 경험은 특별했다. 동시에 깨달은 지점도 있었다.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 더 자세히 깔끔하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아직 내 영어실력으로는 그 정도 수준의 표현력은 부족했다. 어느 정도 문장으로 말할 수는 있어도 아직 세밀한 표현이나 영어식 사고가 많이 부족했다. 부족함을 알았으니 이제 공부를 헤야지.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우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드라마틱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 일로 인해 내 안이 어느 정도 넓어지게 만드는 경험인 것은 분명했다. 훗날 편의점에서 일한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런 순간들은 추억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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