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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06. 2023

온 가족이 양갈비와 안녕

그동안 미안했어~ 매애애~~~

영국에 와서 처음 맛본 양갈비. 바비큐를 할 때 양갈비를 구워 먹어 보고는 그 맛에 반해버렸다. 지금까지 고기를 먹으면서 달콤하단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양고기가 적당하게 기름지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B가 채식을 선언하기 전에 바비큐로 제일 좋아하던 고기가 바로 양갈비였다.


친정엄마가 영국에 오셔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Peak District로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숙소와 산책로 주변이 모두 전통적인 방식으로 초원에 돌담을 세워 양을 키우는 농장들이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마침 lambming season( 새끼를 낳는 시기)으로 곳곳에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기 양들이 보였다. 순간 B가 소리쳤다.

'세상에 저렇게 귀여울 수가! 엄마! 저런 걸 먹는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순간 나도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어찌 저런 걸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겠는가!

엄마도 옆에 있다가 저런 어린양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긴 하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찾아보니 영국에서 먹는 Lamb(어린양) 고기는 생후 6주에서 6개월 이전의 어린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르몬으로 인해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날 수 있어 수컷의 경우 생후 12주 전에 거세를 시킨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즐겼던 양고기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육질은 모두 태어나 일 년도 되기 전에 거세된 어린양들이었던 것이다. 


저녁에 아빠와 산책을 다녀온 B가 흥분된 얼굴로 숙소에 들어섰다. 산책길에 엄마 양이 애기 양 낳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얘기해 주었다. 남편도 직접 본건 처음이라며 본인도 이제 양고기는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다. 워낙 먹는 것에 진심이고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말은 또 바뀌겠지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렇게 여행을 잘 마치고 날이 화창한 어느 날, 엄마에게 안 드셔본 양고기 바비큐를 드리고 싶다고 하니 남편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래도 내가 박박우겨 동네 잘하는 정육점에 가서 양갈비를 사가지고 와서 정원에서 바비큐를 했다.

우리가 양고기를 마지막으로 구운 날

B를 위해서는 대파, 버섯, 옥수수를 굽고 감자 샐러드를 했다. 고기 굽는 내내 냄새도 맡기 싫고 보기도 싫다고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를 위해 난 눈 딱 감고 맛있다며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남편은 먹다가 도저히 못 먹겠다고, 웬만해서는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는데 먹지 않고 그냥 내려놓았다. 큰 딸이야 원래부터 양고기를 먹지 않았었고.... 그렇게 우린 4월의 어느 화창한 날 온 가족이 양고기와 안녕을 고했다. B에게도 약속했다. 양고기는 우리 모두 이제 먹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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