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볶음면
내가 즐겨 보는 비건 유튜버의 스파게티 볶음면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일단 두부를 으깨서 다짐육 볶듯이 기름에 볶아 삶은 스파게티면을 넣고 간장과 식물성 굴소스를 넣어 볶아내는 것이다. 보통 이런 소스로는 에그누들을 이용해 볶음면을 만드는데 스파게티 면과 소스의 궁합이 궁금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쉽고 경제적인 레시피가 아닐 수 없다. 요리시간이 30분도 안 걸릴 뿐만 아니라 재료 또한 아주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상에 차려냈더니,
B의 반응: 엄마, 맛은 있어! 오해하지 마. 그런데 와우! 하는 맛은 아니야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갑자기 채식을 선언해 놓고 끼니때마다 와우~나올 음식을 기대했다는 건지...)
남편의 반응: 두부 말고 계란을 스크램블 해서 넣는 것은 어때?.........(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접시를 비웠다. 곧, 음식이 맘에 안 든다는 거다. 두부를 좋아하지도 않고... 또 마구 싫은 티 내면 국물도 없을 것을 아는 거다.)
큰딸의 반응: 엄마, 맛있네~ 음음, 맛있어!(동생과 아빠의 반응을 보다가 저마저 뭐라 하면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립서비스 차원의 말을 한 것이리라.)
나름 신경 써서 영상 봐가며 만들었는데 결과는 다시는 안 만들 요리라는 것이다. 우선 채식 요리를 할 때 뭔가 육류의 식감을 내기 위해 채식 재료로 흉내 내듯 하는 요리는 결과물이 안 좋다. 다짐육 대신에 두부를 넣은 것이 아무래도 어색한 식감을 불러왔고, 간장과 굴소스가 두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스파게티면과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육류요리를 흉내 내는 레시피는 이제부터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채식 재료 본연의 맛들을 음미할 수 있도록 요리의 방향을 잡아가야겠다는 깨달음을 준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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