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엄마에게 페이스톡을 한다. 아침 일찍 일을 나가 일찍 잠드는 엄마와 통화하려면 주말 아침이 제일 좋다. 첫째가 일어나기 전까진 편하게 통화할 수 있다. 오늘은 아빠도 같이 통화하려고 했다. 그동안 아빠와 제대로 통화하지 못했어서 얼굴 좀 오래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빠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아빠는 과일장사를 하는 동안 늦잠을 잔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서 당연히 지금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늦잠을 잔다니. 그동안 못 잤던 잠을 몰아 자는 건가 싶어서 잠깐 뭉클했지만 곧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요즘 밤늦게 자~ 회춘했나 봐"
아빠가 40년 가까이 장사를 하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까지 일했으니 이제 좀 노는 건가 보다. 무릎 연골 수술 후 얼굴이 환해지더니 정말 회춘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이어지는 말에 정말 놀랐다.
"아빠 어제는 공원까지 걸어갔다 왔다"
"오면서 사과랑 감자가 싸다고 한가득 사 가지고 와서 내가 데리러 갔다 왔어"
남편이 먼저 출국하고 혼자 있는 5개월 동안 아빠는 우리 집에 온 적이 없었다. 다리가 불편하니까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아주 조금 섭섭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아빠를 본 순간 섭섭한 마음은 사라지고 미안한 마음만 남았다. 다리가 너무 굽어 있었다.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애들을 챙겨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편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아빠의 무릎 수술과 함께 조금씩 사라지더니 아빠가 그 먼 거리를 걸어갔다 왔다는 소리에 편해졌다.
그런데 왜 아직 다리가 완전히 좋아진 것도 아닌데 그 무거운 사과랑 감자를 사 가지고 왔을까. 아빠답다 정말.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술 마시고 놀거나 늦은 시간이면 항상 나를 데리러 오더니 이제는 아빠를 데리러 간다. 엄마가 고생이 참 많다. 그래도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사과랑 감자를 들고 집에 오는 걸 생각하니 즐겁게 지내시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조금 있으면 동생의 결혼식이다. 아빠, 엄마가 편하게 서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