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가 필요해

어른 말씀을 잘 듣자

by 리나

37.7도. 잠들어 있는 둘째의 체온이 높다. 둘째의 해열제를 챙기기 전 나는 영양제를 먼저 먹었다. 엄마가 보내준 지구력을 보충해준다는 비타민. 그리고는 밤새 아이 옆을 지켰다. 새로운 영양제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체력이 진짜 좋다. 아니 진짜 좋았었다. 내가 브런치에 쓴 두 번째 글은 고요한 나의 새벽시간에 대한 찬가였는데 이제 그 시간에 눈 뜨고 있기가 힘들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도 함께 힘이 빠져 버린다. 어찌어찌 일어나긴 하는데 예전이 그 쌩쌩한 내가 아니다. 예전부터 주위의 언니들이 30대 중반이 지나면 체력이 확 떨어진다고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래서일까. 34살이 된 지금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


엄마가 나한테 영양제를 챙겨준 건 아마 취업을 하고부터였던 거 같다. 꾸준히 엄마가 보내주던 영양제들을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깝고 미안하지만 왜 먹어야 하는지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얼마 전 입병이 생긴 이후로 정말 매일 같이 챙겨 먹고 있다. 하루 이틀이면 나았던 입병이 이주일을 넘게 가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서랍 속에 잠들어있던 비타민 C를 찾으며 그동안 챙겨 먹지 않았던걸 후회했다.


엄마가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 심지어 애들을 돌보는 건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다. 이 날 이후로 내가 좀 변했다. 몸에 좋다는 걸 찾아서 먹기 시작했다. 영양제 챙겨 먹는 건 당연하고 과일과 신선한 야채를 먹으려 노력한다. 과일집 딸내미로 태어났지만 그다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의무적으로 한두 개라도 먹는다.


그리고 커피를 줄였다. 하루에 몇 잔을 마셔도 나에겐 아무 영향이 없다며 말을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속이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진하게 커피를 마시고 점심으로 매운 김찌찌개를 먹은 날 속이 쓰렸다. 예전 같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갈 일이었겠으나 건강에 진심이 된 나에게 이건 좀 많이 큰 일이었다. 커피를 줄이고 매운 음식도 안 먹으려고 한다. 물론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미 주문을 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래도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싫지만 일찍 자려고 한다. 남편이 나한테 하는 유일한 잔소리가 일찍 자라는 거다. 졸린 눈으로 안 자고 놀고 있으면 정말 질색팔색을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2시쯤 자던 내가 아이들 잘 때 자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도저히 눈 뜨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잘 때도 있고 다음날 내가 힘들겠구나가 느껴져서 체념하고 자는 날도 많다. 확실히 잠을 푹 많이 잔 날은 체력이 훨씬 좋긴 하다. 그래도 너무 아쉽고 가끔 슬프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밤 시간을 못쓰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줄었다.




요즘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들은 다 엄마한테 듣던 소리들이다. 엄마가 그렇게 영양제 먹어라 일찍 자라 커피 마시지 마라 해도 듣지도 않았는데 필요하니 다 그대로 하고 있다. 역시 어른 말씀을 잘 듣긴 들어야 한다.

벌써 새벽 1시다 너무 졸리다. 내일을 위해 어서 자야지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체력이 부럽다